산업 기업

[전열 가다듬는 삼성] 전문경영인이 중심 잡는 삼성...하만·갤S8 등 현안 계획대로 간다

"각 자리서 흔들림없이 최선...하나로 뭉쳐 극복하자"

그룹 사장단 이례적 공동메시지로 '조직 추스르기'

재·학계 "글로벌 경쟁력 뛰어나...위기 이겨낼 것"

신사업 발굴·투자 등 기업활동 반경 제약은 우려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후 충격에 휩싸였던 삼성그룹이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을 당분간 존속시키며 특검 수사에 주력하기로 한 가운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합심으로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삼성은 총수 구속의 혼돈 속에서도 미국 자동차 전자장치 전문기업 하만 인수에 사실상 성공했고 오는 3월 말 비장의 신무기인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도 계획대로 출시할 방침이다.

재계와 학계에서는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갤S8 등과 같은 신제품의 성공적 출시를 통해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오너십 부재는 기업체질 개선과 성장동력 발굴에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삼성은 전문경영진 능력이 탁월한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경영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국민들도 이제 삼성의 위기 극복 노력을 응원해 줘야 한다”며 “자칫 잘못하면 노키아나 소니와 같은 몰락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구속과 더불어 일시적으로 멈춰 섰던 삼성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60명의 삼성그룹 사장단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날 밤 사내망 메인 페이지에 ‘삼성그룹 사장단’ 명의의 글을 올리고 “회사를 믿고 각자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장단은 또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해온 저력이 있다”며 “모든 임직원이 하나로 뭉친다면 지금의 위기도 충분히 헤쳐나가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 사장단의 이 같은 공동 메시지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이번 사태로 불거진 조직 내 위기의식이 그만큼 막중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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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이에 따라 특검 수사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강력히 대응해 나가되 전문경영진 중심으로 예정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는 3월 말 출시할 전략 스마트폰 갤S8에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 이달 26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티저 이미지를 선보이고 3월29일 유럽과 미국에서 동시 공개한다. 삼성전자는 또 미국 가전제품 생산공장 건립 계획도 곧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선 이 부회장 구속에 따른 오너십 부재에도 삼성의 단기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서 삼성의 기술력이 월등하고 하만 인수 등으로 차세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인 ‘삼성주’ 흐름도 실적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장세진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지성·권오현 부회장이 있고 부문별로 전문경영인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당분간 옥중에 있더라도 큰 투자 건들은 상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이 뛰어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삼성이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사업이 많아졌다”며 “수 십년간 쌓아 놓은 브랜드 이미지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삼성의 신사업 발굴 및 신규 투자가 제약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삼성이 사업에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신사업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며 “구글과 애플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굳혀가고 있는데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할 대한민국 1위 기업의 활동 반경이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실컷 두드려 패놓고 ‘삼성아 힘내라’고 하는 게 말이 되겠느냐”며 “혁신 차원에서 오너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 많은데 여전히 삼성에 큰 위기이고 우리 경제에도 위기”라고 전했다.

/윤홍우·신희철·김현진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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