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멕시코자동차공업협회(AMIA)에 따르면 멕시코는 지난해 총 276만8,268대의 완성차를 수출했다. 지난 2015년의 275만8,896대에 비해 0.2% 증가했다. 증가폭은 작지만 한국의 지난해 자동차 수출대수가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하면서 멕시코는 독일(465만대)과 일본(463만대)에 이어 자동차 수출국 3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지난해 262만대를 수출해 전년 대비 11.8%나 급감하며 4위로 주저앉았다. 멕시코가 자동차 수출에서 한국을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2015년 270만대 수준인 미국의 자동차 수출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을 경우 한국은 5위까지 처지게 된다.
자동차 수출 감소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00만9,292대를 수출해 전년 대비 12.7% 줄었고 기아차는 10.9% 감소한 99만6,506대 수출에 그쳤다. 임단협 과정에서 발생한 노조 파업으로 20만여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는 내수 판매가 증가했으나 수출은 줄었다. 특히 한국GM은 지난해 수출물량이 전년 대비 10.1%나 급감했다.
멕시코 자동차 수출이 늘어난 것은 미국과 일본 브랜드뿐 아니라 기아차도 지난해부터 공장을 가동하는 등 글로벌 업체들이 북미와 중남미 지역 공략을 위해 생산기지를 확충한 데 따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생산을 강조하며 국경세 신설을 예고하면서 향후 멕시코 자동차 수출 타격이 예상되지만 한국이 다시 멕시코를 추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 역시 높은 인건비 부담과 경직된 노사관계,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자국 내 생산보다 해외 생산을 늘리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전년 대비 7.2% 감소한 422만8,536대에 그치며 448만8,985대를 생산한 인도에 뒤져 글로벌 순위가 6위로 하락했다. 수출부진과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국내 생산량은 줄었으나 해외 공장에서는 전년 대비 5.5% 늘어난 총 465만2,787대를 생산하면서 해외 생산이 처음으로 국내 생산량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0년(427만1,741대) 이후 가장 적었다.
이처럼 각종 지표가 악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으로 현대차그룹이 미국 공장을 증설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고 기아차가 인도 공장 진출을 앞둬 국내 생산은 더 위축될 게 뻔하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도 ‘임팔라’와 ‘볼트’, ‘QM3’와 ‘클리오’ 등 해외 공장에서 들여오는 차종을 늘리는 추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완성차 업체가 해외 생산을 늘리면서 수출을 대체하고 있다”며 “국내 생산이 갈수록 줄어들면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