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재벌개혁 외치면서 기업돈 걷겠다는 국회

관광개발·농어촌상생기금 등

기금조성 관련법안 7건 달해

기업 사회적책임 명분 삼아

준조세 부담 가중시키는 꼴

국회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서 촉발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온 나라를 뒤흔드는데도 ‘제2의 미르재단’을 만드는 법안을 양산하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와 각 정당이 모두 ‘정경유착 근절’을 외쳐대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기업 팔을 꺾어 기금을 걷기 위한 법안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각종 기금 출연으로 동반성장, 창업 활성화 등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유도하겠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재계에서는 준조세 부담만 가중시키는 반(反)시장적 행태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20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발의한 기업 기금조성 관련 법안은 7건에 달했다.

우선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발의한 관광진흥개발기금법 개정안에서는 중소기업을 제외한 대형 면세사업자가 전년도 영업이익의 15% 내에서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국내 면세점 시장 매출액이 지난 2008년 3조1,000억원에서 2015년 9조2,000억원으로 급증한 가운데 대기업 출연을 강제해 관광사업의 효율적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학기술진흥 재원의 확충에 관한 법률은 과학기술신탁을 설치해 기업이 주식을 위탁하도록 하고 해당 기업에는 조세감면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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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청년창업 활성화 및 청년창업 기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관련 기금 설치로 중소기업청장이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창업휴학제도를 도입한 대학에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기금 재원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융자금으로 조달하며 강제사항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국회 문턱을 넘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서는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한중 FTA 비준을 사실상 거래 대상으로 삼고 민간기업과 농협 등이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하도록 했다.

올해 1월 발의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은 대기업이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사업철수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출액의 10% 범위에서 소상공인 육성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이들 법안은 관광 활성화, 기술진흥, 농어민 지원 등의 명분을 내세워 기금을 만든다는 것으로 결국 기업 자금에 의존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정과 차이가 없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CSR를 핑계로 기업에 기금을 강요하는 것은 법적 근거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사유재산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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