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밥캣의 저주' 풀리는 두산...박정원號 2년차 맞아 부활 노린다

지난해 全 계열사 흑자 전환 성공

중공업·인프라코어 재무 구조도 개선

여전히 부담스런 차입 규모 줄이는 건 과제

지난 2007년 두산그룹은 세계 1위 중소형 건설기계 업체인 밥캣을 49억달러(한화 5조7,00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업체 인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두산은 ‘승자의 저주’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밥캣은 오히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전체 인수자금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억달러를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 조달한 것도 화근이었다. 막대한 이자 부담이 그룹 유동성을 흔들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시작이었다.


두산그룹은 두산DST와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 등 굵직한 사업을 죄다 팔았다. 밥캣도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해 4,000억원을 조달했다.

‘밥캣의 저주’에 짓눌렸던 두산그룹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재계에서 ‘4세 경영 체제’의 문을 연 박정원 두산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아 본격적인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3월 28일 박용만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박 회장이 받아 든 첫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우선 맏형격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을 재무적으로 지원했던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13조8,927억원 영업이익 7,912억원을 거뒀다. 구조조정 영향으로 매출은 4% 소폭 줄었지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안정적인 실적을 담보하는 수주 잔고도 1년 새 3조원 가까이 늘어나며 20조원을 넘겼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10조원 이상의 수주 계약을 따낸다는 계획이다. 두산건설도 128억원의 흑자를 내며 턴어라운드했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출 5조7,296억원 영업이익 4,90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도 8.6%로 대폭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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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였던 두산밥캣은 지난해 4,1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10.7%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고수익 제품군 판매 비중이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 평가는 달랐다. 두산그룹 전 계열사가 흑자 전환하는 성과를 냈지만, 주가는 오히려 빠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두산 계열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긴 했지만,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과 함께 확실한 영업실적 개선 시그널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원호(號) 2년 차인 올해는 재무 부담을 털어내는 것과 함께 중공업과 인프라코어 등 주력 사업에서 영업 실적을 끌어올리는 게 지상 과제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순차입금이 8조8,000억원 규모로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고,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3조7,000억원을 순차입한 상태다. 영업 실적을 통해 재무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연료전지와 면세점 등 두산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에서 실적 개선도 과제다. 두산 연료전지 사업의 경우 지난해 1,87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동대문 두타면세점에서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60억원의 손실을 내는 등 시장에 안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해 그룹의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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