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권 ISS 사태' 벌써 잊었나...외국 투기자본에 '무기 쥐어주는' 상법 개정안

의결권 담합 → 사외이사 선임 거부 → 배당 확대로 설득 → 중장기 투자 포기 악순환 가능성



지난 2013년 3월12일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terna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KB금융지주 일부 사외이사 선임 반대 권고안이 알려진 뒤 외국인 주주들은 ISS의 의견을 좇아 반대표를 던졌다.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65%.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처음에는 외국인 주주의 90%가량이 회사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을 거부했다.

외국 주주들의 경우 의견 취합에 시간이 걸리므로 사전에 입장을 밝힌다. 결과적으로 반대가 50%를 넘어 안건이 부결됐다. KB금융은 이때부터 밤새 뛰었다. 3월22일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외국인들의 생각을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사외이사 안건은 66.5%(최소득표자 기준)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하지만 이는 공짜가 아니었다. 경영진은 배당을 포함한 주주친화 정책을 확대해야만 했다.


최근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외국인 주주들이 단일하게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은 한몸이요, 그들은 배당(이익)을 위해 뭉친다는 게 ISS 사태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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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20일 “상법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나 다중대표소송제가 의무화되면 외국인들은 이를 무기로 배당을 더 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그들은 중장기 투자보다 안정적 경영과 배당에만 관심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전했다.

KB금융만 해도 2013년 배당성향은 15.05%였지만 2014년 21.5%로 6.45%포인트나 올랐다. 같은 기간 업계 1위인 신한금융은 5.1%포인트 상승했다.

실제 ISS 사태를 보면 ‘외국인 연합→특정 사외이사 선출(반대)→배당 확대, 중장기 투자 포기’ 공식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10대기업 중 4곳은 외국계 헤지펀드 쪽 이사 선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2014년 29.6%였던 헤지펀드의 아시아 기업 공격 성공률은 2015년 46.7%로 급증했다. 일단 외국인 연합을 통해 헤지펀드가 이사회에 진출하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KT&G는 칼 아이컨 방어에 2조8,000억원, SK는 소버린 사태 때 1조원 이상의 대가를 치렀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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