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브로드스키는 조국 러시아에서 젊은 시절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아야 했다. 그의 고향인 레닌그라드의 한 신문이 브로드스키의 시에 대해 ‘외설적이고 반소비에트적 작품’이라는 비판기사를 싣자 당국에서 사회적 유해분자로 몰아 재판에 기소했기 때문이다. 법정에서는 시인이라는 직업의 사회적 기여도와 역할을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당시 재판관은 “당신을 누가 시인으로 인정하느냐”고 물었고 브로드스키는 “아무도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결국 그에게는 5년의 무거운 노역형이 내려졌다. 옛 소련에서는 이렇게 상당수의 문인들이 적당한(?) 일을 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탄압을 받아야 했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신체 건강한 사람은 근로를 통해 유토피아의 공산주의 사회 건설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갖고 있었다. 볼셰비키는 집권 이후 실업문제를 자본주의의 수치스러운 유산으로 여겨 전국의 직업소개소를 강제 폐쇄하고 실업문제를 종식한 세계 최초의 국가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른바 ‘실업세’라고 해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징벌을 내린 적도 있었다. 소련은 1991년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 이후에야 실업을 정부의 공식 용어로 다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옛 소련국가인 벨라루스가 실업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실업세법’을 시행하면서 국민들의 거센 시위에 시달리고 있다. 벨라루스 정부는 18세 이상 55세 이하 국민들을 대상으로 1년에 최소 183일간 근로하지 않을 경우 245달러(약 26만7,000원)의 벌금을 매기고 있다. 벨라루스식 ‘사회적 기생자 방지법’인 셈이다. 실업자를 중심으로 온라인 청원운동이 벌어지는가 하면 2명의 자녀(3명부터 면제)를 낳으면 사회적 기생충이냐는 반론이 거세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노는 것도 서러운데 이제는 징벌적 세금까지 내야 한다니 만국의 백수들이 들고일어날 일이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