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공공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첫걸음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더불어 국내 미술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된 최효준(65·사진) 신임 관장의 일성이다. 최 관장은 20일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같은 전시,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시민이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우리의 삶을 바꾸는 미술관’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미술관 운영 구상과 중점 과제를 공개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MBA 과정을 거친 최 관장은 “비영리기관이라고 해 비경쟁기관은 아니다”라며 “세일즈는 만든 것을 파는 것이고 마케팅은 팔릴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미술관이 먼저 대중의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성과 전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에 대해 “공립미술관은 시민의 세금에서 나온 시(市) 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양적으로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과를 올려야 하는데 공공적인 것을 대중적으로 전달하고 의미·성격을 잃지 않는 것은 미술관 종사자의 마땅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 관장은 바람직한 미술관의 상으로 “편안하고 즐겁고 기분 좋은 휴식 장소로의 미술관”을 꼽으며 “관람객의 심리적·경험적 측면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mindful) 미술관”을 힘줘 말했다. 이를 위해 공공성과 대중성의 균형, 마케팅 개념의 도입, 사회적 의제의 콘텐츠 기획, 다양한 공동체와의 연결 등을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른바 ‘블록버스터 전시’를 지양한다는 입장은 전임 김홍희 관장과 다르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특정한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근대 명품 전시를 ‘블록버스터’라 부르는데 학제적이면서 주제를 갖는 테마 전시를 내부 기획 인력을 통해 구현할 것”이라며 “기존과 다른, 우리 현실에 맞는 협력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 관장은 지난 1993년 삼성문화재단 수석연구원으로 미술계에 첫발을 디뎌 2000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 재직하면서 서소문 본관 개관을 이끌었다. 이후 전북도립미술관장,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장, 경기도미술관장 등을 거쳐 9일 임기 2년의 서울시립미술관장에 취임했다.
“내년이 미술관 30주년, 세마비엔날레 20주년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서소문 본관, 북서울·남서울 미술관에 이어 다음달 백남준기념관 개관, 오는 2019년 평창동 미술복합공간, 2021년 도봉구 창동 사진미술관과 금천구 서서울미술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 전 지역이 미술관이 되는 ‘에코뮤지엄’의 실현이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제 임기 동안 얼마나 이룰지는 고민이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