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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루시드 드림’ 자각몽 소재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림보에 빠지다

오는 2월 22일 개봉하는 김준성 감독의 데뷔작 ‘루시드 드림’은 ‘자각몽(自覺夢)’을 의미하는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이라는 제목처럼 루시드 드림이라는 소재를 영화의 전면에 내세운다.

흔히 이야기하는 ‘루시드 드림’이란 수면 중 무의식 속에서 발현되는 꿈에 대해 꿈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꿈의 세계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김준성 감독은 상상하는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루시드 드림’의 포괄적인 세계를, 꿈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돌이키며 단서를 찾는 퍼즐조각의 일부로 영화에 활용한다.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기자 대호(고수 분)는 3년 전 놀이동산에서 괴한에게 아들이 계획적으로 납치되는 아픔을 겪는다. 이후 ‘대호’는 3년 동안 자신이 기자로 활동하며 원한관계를 가졌을 법한 정치인, 기업인 등을 조사하며 아들의 단서를 찾아나선다. 그러던 중 대호는 ‘루시드 드림’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복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루시드 드림 연구의 권위자이자 친구인 소현(강혜정 분)을 찾아가 약물을 이용한 인위적인 루시드 드림을 시도한다.

영화 ‘루시드 드림’ 고수, 설경구 / 사진제공 = NEW영화 ‘루시드 드림’ 고수, 설경구 / 사진제공 = NEW




‘루시드 드림’은 소재적인 면에서 2010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을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만든다. ‘인셉션’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대의 꿈에 들어가 꿈을 조종하고 탈취하는 이야기로, 무의식의 세계인 꿈의 세계를 여러 단계로 구분한 흥미로운 상상력과 액션으로 세계적으로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루시드 드림’을 연출한 김준성 감독은 꿈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일종의 레퍼런스가 된 ‘인셉션’과의 비교를 부담스러워하면서 영화를 보고 나면 ‘루시드 드림’이 ‘인셉션’과는 다른 영화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루시드 드림’은 같은 꿈을 소재로 하지만 ‘인셉션’과는 상당히 다르다. 정확히 말해서 ‘인셉션’이 만들어낸 세계관의 근처에 감히 범접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루시드 드림’은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 자각몽의 세계를 그저 과거의 기억 속에서 단서를 찾는 수단으로 의미를 대폭 축소시켜 버린다. 그렇기에 영화는 ‘루시드 드림’이라는 거창한 소재를 기껏해야 3년 전 아들을 납치한 범인의 단서를 찾는 CCTV나 기가픽셀 사진 정도의 역할 이외에는 제대로 활용해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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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루시드 드림’이 조금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상대의 꿈에 자유자재로 난입할 수 있는 드림 인베이전인 ‘디스맨’(박유천 분)이 나타나고. 대호(고수 분)가 공유몽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이 공유몽의 개념은 우리가 ‘인셉션’에서 보았던 그것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지 못하며, 공유몽 장면의 완성도나 상상력은 ‘인셉션’과 비교하기가 민망한 수준이다.

영화 ‘루시드 드림’ 고수, 박유천 / 사진제공 = NEW영화 ‘루시드 드림’ 고수, 박유천 / 사진제공 = NEW


하지만 이런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들의 납치사건을 둘러싼 전개에 있다. ‘루시드 드림’에서 대호(고수 분)와 강력반 형사 방섭(설경구 분), 루시드 드림 연구의 권위자인 소현(강혜정 분) 등 주요 인물들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된 캐릭터만을 보여준다. 사건은 계속 진행되는데, 인물들은 그 안에서 어떤 감정의 기복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오로지 초반에 설정된 성격만 계속 보여준다.

‘루시드 드림’과 같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닌 배우의 ‘얼굴’이다. 사건의 전개를 통해 배우는 인물의 요동치는 복잡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며 사건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만 한다. 하지만 ‘루시드 드림’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약조절 없이 밀어붙이는 일관된 캐릭터와 여백의 미를 모른 채 질주하는 사건으로 101분의 상영시간을 채워나간다. 소설이나 시나리오처럼 글로 된 작품이었다면 매우 매력적이었을 수 있지만, ‘루시드 드림’처럼 중심되는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영상정보로 빼곡하게 채워진 영화라는 종합예술에서 ‘루시드 드림’의 이런 단선적인 면은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 사건조차도 전개과정에서 수시로 논리적인 허점을 드러내며 관객을 실소하게 만든다. 반전(反轉)은 그야말로 반전을 위한 반전에 불과하며, 3년 전 납치당한 아들에 대한 미스터리는 아예 허무함을 자아낼 수준이다. ‘루시드 드림’은 ‘자각몽’이라는 좋은 소재를 찾았지만 이 좋은 소재를 제대로 영화에 녹여내지도 못한 채, 소재의 함정에 빠져 림보의 세계로 추락하고 만다. 이 시점이 되면 아무리 초침을 들여다봐도, 토템을 만지작거려도 깨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2월 22일 개봉.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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