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상궤 벗어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수지 산정법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무역수지 산정방식을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변경하려는 모양이다. 미국에 수입된 상품을 아무런 가공 없이 그대로 재수출하면 수출통계에서 아예 제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무역수지 만성 적자국인 미국의 무역역조 규모가 더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세계 각국이 무역적자 감축에 목을 매는 마당에 통계상의 적자 액수를 일부러 부풀리려는 황당한 행위가 경제대국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말문부터 막힌다.


특정 국가의 무역수지는 수입품이라 해도 자국 세관을 거쳐 해외에 다시 수출하면 수출통계로 잡아야 하는 게 국제적 기준이자 경제학의 기본이다. 미국이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무역적자를 억지로 부풀리는 꼼수를 부리는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막대한 무역적자 규모를 빌미 삼아 교역 상대국에 통상 압력을 가하는 논리로 악용하겠다는 저의가 바로 그것이다. 새 방식을 적용하면 미국의 대(對) 멕시코 무역적자는 하루아침에 2배 급증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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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산정기준 변경이 실제 채택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실현된다면 1차 희생양은 미국의 재수출 대상국 1위와 2위인 멕시코와 캐나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하겠다고 벼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TFA·나프타) 체결국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은 익히 예고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최근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국제 통상질서와 상식마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막가파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 한국 재수출 규모가 통계적으로 무의미할 정도로 미미하다고 해서 그냥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일이 아니다. 통계적 꼼수까지 동원할 정도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어떤 압력과 억지를 부릴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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