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고용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특히 한국이 받는 피해가 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1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획재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주최한 ‘중장기 전략세미나’에서 김주훈 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경제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대비가 늦고 경직적인 고용·교육시스템 등으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 충격 등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로봇 등이 단순조립 일자리를 대체해 고용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고 교육제도 역시 단순 암기, 산술에 집중돼 있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의성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 산업구조도 기존의 조선·해운 등 중후장대에 집중돼 있고 구조조정 속도도 정치적 논리 때문에 더딘 실정이다.
김대일 서울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고용효과’ 주제 발표에서 “자동화의 진전으로 중숙련 노동에 대한 수요는 줄고 고숙련 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임금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숙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어 소득이 줄어드는 반면 고숙련 노동자는 몸값이 뛰어 더 많은 임금을 받아 빈부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날 행사에서는 다양한 정책제언이 쏟아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육개혁이었다. 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초중등·대학·평생교육 등 교육 전반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방향으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초중등 교육의 커리큘럼, 수업방식, 입시제도 등은 모두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전면적 개혁을 추진하되 교원 수급 및 임금체계 개선, 실질적인 훈련기회 제공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도 정부에 의한 구조조정이 아닌 학생 선택에 따른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학생 개인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아울러 연구·교육·산학연계 등 특성화 유형을 선택해 맞춤형 규제-지원 패키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박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산업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성호 KDI 연구위원은 “연구개발(R&D)의 경우 정부는 기초·모험연구에 집중하고 개발연구는 민간중심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창업지원사업도 심층평가 후 통폐합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이익공유형 대출,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벤처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를 통해 창업→성공 및 회수→재투자 구조를 정착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벤처, 스타트업 인수기업에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정책세미나에서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인구구조 변화, 사회자본 등 3대 과제에 대한 중장기전략을 수립할 때 반영해나갈 계획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