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반(反)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해온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FN) 정당의 마린 르펜 대표가 ‘공금횡령’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대선가도에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 오후(현지시간) 르펜 대표의 공금유용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프랑스 경찰이 파리 외곽 낭테르에 있는 FN 당사를 압수수색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르펜 대표는 유럽의회 공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럽의회 수사관들은 르펜이 자신의 경호원인 티에리 레지에를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허위 고용해 지난 2011년 10월부터 12월까지 4만1,500유로(약 2,615만원)를 부당 지급했으며 정당 보좌관을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둔갑시켜 2010년 12월부터 2016년까지 월급으로 총 29만8,000유로를 챙겨줬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유럽의회는 이들에게 부정 지급된 34만유로를 반환하라고 명령했지만 르펜 대표는 “박해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거부해 현재 월급의 절반가량이 환수금 명목으로 추징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FN은 경찰의 압수수색 후 성명을 내고 “르펜 대표가 표심을 자극하면서 인기를 얻자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공작한 것”이라며 표적수사임을 주장했다.
프랑스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에 이어 르펜 대표까지 비리 의혹에 연루되면서 대선 결과는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앞서 차기 프랑스 대통령으로 유력시됐던 보수 공화당의 피용 전 총리는 아내를 10년 이상 보좌관으로 허위 채용해 84만유로(약 10억2,000만원)를 월급 명목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지지율이 급락해 낙마 위기에 몰린 상태다.
한편 반이민 공약을 내건 르펜 대표는 이날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레바논을 방문해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와 면담한 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에서 권력을 잡는 것을 막으려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수니파 이슬람교도인 하리리 총리는 알아사드 정권에 강한 반감을 가졌다. 하리리 총리는 “무슬림은 테러리즘의 첫 번째 희생자”라며 “이슬람교와 무슬림을 테러리즘과 동일하게 여기는 것이 르펜의 최악의 실수”라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