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21일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의 작심발언을 ‘약탈적 논리’라고 꼬집으며 되받아쳤다. 전일 하 회장은 황 회장의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반박하며 은행권의 ‘종합운동장론’을 제기했다.
하 회장의 발언에 대해 황 회장은 금투협 명의로 “은행이 내부의 비효율성을 타업권으로 진출해 해결하려는 약탈적 논리”라며 “건강한 생태계는 종의 다양성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하 회장은 전일 은행권에 대한 불특정금전신탁 업무 허용 등 ‘종합운동장론’을 역설했다. 하 회장은 “전업주의보다 농구·축구·배구를 모두 할 수 있는 종합운동장 같은 겸업주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다. ★본지 2월20일 1,10면 참조
황 회장은 반박문에서 “은행이 보수적인 성향의 거래고객을 상대로 불특정금전신탁 운용 등 투자업무를 확대하면 전반적인 시스템 리스크가 높아진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을 해온 은행의 역사를 감안했을 때 금융업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키우는 위험한 투자성 사업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업주의·겸업주의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금투협 측은 “전업주의는 은행·증권·보험 등이 각각 전문성을 키우고 업권 간의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막는다는 취지”라며 “은행은 그동안 금융지주회사 내에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를 거느리고도 시너지를 이끌어내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금투협에 따르면 은행은 국내 금융업 총자산의 61.3%, 자기자본 비중 46.9%를 차지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57배에 달한다. 미국의 은행자산 규모는 GDP의 0.86배로 국내 금융업은 지나치게 은행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산업 두 스타 최고경영자(CEO)의 설전은 지난 6일 황 회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을 댕겼다. 앞서 지난해 3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등 은행권과 금투업계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사안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대립각을 세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