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분사해 설립하는 새 회사의 주식을 매각해 1조엔(10조850억원) 이상 조달을 목표로 세웠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내년 3월까지 지분 매각을 마무리하고 자기자본을 플러스로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미 원자력발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미국에서 7,000억엔(약 7조원)대의 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존의 지분매각 계획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시바는 당초 20% 미만으로 잡았던 반도체 법인의 매각 대상 지분을 50% 이상으로 늘렸으며 입찰 내용을 수정해 이달 24일 재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도시바가 반도체 법인 지분 매각 규모를 전격적으로 변경하면서 지분 인수를 추진하던 SK하이닉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50% 이상 지분이 낸드 업체로 흘러들어갈 경우 낸드플래시 업계는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8%, 도시바 20%, 웨스턴 디지털 16%, SK하이닉스 11%, 마이크론 9%, 인텔 6%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아닌 웨스턴디지털이나 마이크론 등 경쟁사가 도시바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와 인수 기업의 양대 체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낸드플래시를 전략적으로 키우겠다는 SK하이닉스는 경쟁에서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도시바를 인수하면 삼성과 맞먹거나 그 이상의 플레이어가 된다”며 “시장의 견제가 상당하겠지만 단순히 돈을 얼마 써내는 것이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업계에서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 중 SK하이닉스가 가장 자금력이 좋은 것으로 평가한다. 당장 동원 가능한 현금도 3조~4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그룹 지원까지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격 경쟁력은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김장열 골든브릿지증권 연구원은 “현금흐름을 고려하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가용자금은 3조5,000억~4조7,000억원”이라며 “SK그룹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추가 자금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도시바 인수가 SK하이닉스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느냐다. 일부에서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는 충분히 ‘플러스’가 되겠지만 도시바의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제조 공정이나 제조 물질 등이 SK하이닉스와 다를 경우 기대했던 시너지가 발휘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호·김창영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