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쌀 보조금, 미봉책 일관하더니 결국 WTO한도 넘었다

쌀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올해 1조4,9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쌀 변동직불금 지급액은 지난해 지급액의 두 배가 넘는다. 쌀 보조금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간단하다. 쌀이 남아도는데다 풍년까지 겹쳐서다. 떨어진 쌀 가격을 인위적으로 지탱하려다 보니 재정의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현재의 쌀 직불금 제도는 2005년 추곡수매제가 폐지되며 농가보호 차원에서 도입된 장치로 쌀값이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을 재정에서 보조해준다. 쌀값이 하락할수록 보조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바람에 제도 도입 이후 13년 동안 무려 13조6,000억원에 이르는 나랏돈이 투입됐다. 쌀값 지탱에는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풍년이 들어 생산량이 많아지면 쌀을 격리 수용한다. 정부는 지난해 가을 수확기에 6,000억원어치를 사들여 창고에 쌓아뒀다. 이 탓에 쌀 재고량은 한 해 생산량의 절반 수준인 200만톤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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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하락과 혈세 투입, 재고 증가의 악순환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결국 농가에 직접 지원되는 쌀 보조금 한도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넘어섰다고 한다. WTO가 정한 보조금총액(AUM)은 1조4,900억원으로 올해 보조금 예산과 같지만 직불금 산정기준을 곧이곧대로 적용하면 77억원을 웃돈다. 농정당국은 WTO 한도를 초과하지 않기 위해 보조금 단가를 일부 깎는 고육지책까지 동원해야 했다.

쌀 가격을 국민 세금으로 떠받치기에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정부는 이달 초 중장기 쌀 수급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근본 처방과는 거리가 멀다. 언제까지 식량안보를 빌미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혈세 투입이 계속돼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보조금 정책 전면 재검토를 포함한 획기적인 방안이 없다면 쌀 수급 안정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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