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왕정훈 "필리핀·중국·유럽 찍고…이젠 美쳐야죠"

지난해 20개국 돌며 경험 쌓아

마스터스 등 PGA 무대 도전장

美 잔디에 맞춰 쇼트게임 연구

역대 최고 '최경주 5위'도 넘봐

왕정훈이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후원업체 애플라인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왕정훈이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후원업체 애플라인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에만 20개국 정도 돌아다녔어요. 어릴 때부터 많은 곳을 경험한 게 다 발자취로 남아 여기까지 온 것 아닐까요.”


프로골퍼 왕정훈(22)의 별명은 ‘골프 노마드(유목민)’다. 중학교 때 물가가 싸다는 이유로 필리핀으로 건너가 6년간 아마추어 3승을 거뒀고 지난 2012년에는 중국프로골프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나이제한이 없어 중국을 프로 데뷔 무대로 삼았다. 이듬해 아시안투어에 뛰어든 왕정훈은 지난해 5월 초청선수로 나간 유럽투어 대회에서 덜컥 우승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지난해 2주 연속 우승한 덕에 태극마크를 달고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경험했고 유럽투어 신인왕을 수상한 뒤 지난달 카타르 마스터스에서 유럽투어 통산 3승째를 올렸다.

유럽투어 사상 세 번째 최연소 3승 기록을 보유한 왕정훈은 현재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세계랭킹 4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 50위 안에 발을 들이면 신분이 달라진다. 꿈의 무대 마스터스(4월6일 개막) 진출권을 손에 넣었고 마스터스에 앞서 메이저급 특급대회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2개 대회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초대받았다. 대회당 총상금이 800만달러를 훌쩍 넘는 ‘비싼’ 대회들이다. 이런 대회들을 통해 일정 수준의 상금을 쌓으면 다음 시즌 PGA 투어 전 대회 출전권을 얻을 수도 있다.


23일 의류 서브후원계약을 겸해 서울에서 취재진을 만난 왕정훈은 “어릴 때부터 고생 아닌 고생을 좀 한 게 지금의 저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유럽투어 3승을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만 올렸는데 그쪽 지역만 가면 퍼트와 쇼트게임이 잘된다”며 웃어 보였다. 유럽투어는 유럽뿐 아니라 아프리카·아시아 등 세계 구석구석을 돌며 시즌을 치른다. 다음달 2일 개막하는 WGC 멕시코 챔피언십을 통해 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왕정훈은 “미국(또는 멕시코) 잔디는 아무래도 타이트할 텐데 그런 조건들에 대비해서 쇼트게임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함께 유럽투어에서 뛰었던) (안)병훈이 형도 빨리 미국 무대에 진출하라고 한다. 세계랭킹 덕분에 큰 대회 출전 기회가 많아졌으니 올해 잘 치면 빨리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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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계 50위 안에 진입한 뒤 달라진 대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대회장에 가면 항상 잘 먹기 때문에 크게 변한 것은 없지만 심적으로 훨씬 더 편안해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우승 직후 컷 탈락하는 등 주춤한 데 대해서도 “항상 1등만 할 수는 없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그런 결과도 충분히 나올 수 있고 그런 결과가 있기 때문에 우승이라는 결과도 나오는 것”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외국에서는 골프 노마드보다 ‘코리안 스나이퍼’로 불린다고 소개하기도 한 왕정훈은 올해 목표로 2승 이상을, 장기목표로 세계 10위 진입을 내걸었다. 한국 남자 선수의 역대 최고 랭킹은 최경주가 2008년 찍어봤던 세계 5위다.

한편 왕정훈은 잇따른 우승에도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모자 앞면에 로고를 달지 못한 채 투어 생활을 해왔다. 그의 매니지먼트사는 “최종 협상 중인 기업이 있어 곧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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