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신사 dpa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독일에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며 “독일은 경상 흑자 규모를 줄이고 내수진작에 매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독일의 대규모 흑자에 딴죽을 걸며 환율조작이라는 비난을 퍼부은 데 이어 유럽 경제공동체 안에서도 통상 시비가 붙은 것이다.
EU 집행위는 “지난해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8.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독일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지난 2013년 6.73%를 기록한 후 3년 연속 증가했다. 이는 회원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3개년 평균 GDP의 6%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EU 규정에서 벗어난 것이다.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2015년 현재 약 2,841억달러로 3년간(2013~2015년) GDP 평균의 6%(약 2,356억달러)를 크게 초과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시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이러한 구조가 “건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독일은 역내 규정에 따라 경상 흑자를 줄이기 위한 액션플랜을 EU에 제출해야 하며 시정되지 않을 경우 GDP의 0.1%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수출강국 독일의 흑자구조는 미국에도 불만의 대상이다. 앞서 미 국가무역위원회(NTC)의 피터 나바로 위원장은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절하해 미국과 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며 독일이 환율조작으로 무역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도 독일이 무역 흑자에 의존하는 대신 내수를 촉진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독일이 이 같은 외부 요구를 수용해 내수진작으로 방향을 틀지는 미지수다. 독일 대연정을 구성한 사회민주당은 공공지출 확대 등 내수증진을 강조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다수당 기독민주당은 여전히 균형재정을 중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