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촛불집회의 직접적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지만 근본 원인은 경제 문제입니다. 경제적 불평등, 저성장으로 살기 힘드니까 국민들이 (광장으로) 나오는 거예요.”
지난달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경제성장을 통한 사회통합론’을 꺼내 들었다. ‘수출 및 내수 부진→소비 감소→기업투자 위축’의 구조적 저성장 고리를 끊어 생계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촉발된 국민적 갈등을 풀겠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새로운 카드 중 하나로 ‘한중 해저터널 건설’을 제안했다.
정 이사장은 23일 서울 관악로에 위치한 동반성장연구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지금 중국이 산동반도와 요동반도에서 해저터널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평택과 이들을 잇는 해저터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구현되면 실크로드 방향으로도 이어질 수 있고, (한국 내륙으로는) 궁극적으로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까지 연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해저터널 건설 비용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중국 등 주요 아시아국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10~20년의 장기차관을 저리로 받아 확보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의 구상대로 터널이 뚫린다면 불과 3~4시간이면 한국과 중국을 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배나 비행기로 가는 것보다 수출·수입 물류비용이 획기적으로 줄고 관광객 유치 등에도 유리해 한국을 제조업·관광서비스 강국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또 최근 각종 외교·안보 현안으로 얼어붙은 한중 관계를 풀어낼 수 있는 우호적 경제사업의 차원에서 의미가 부각될 수 있다고 정 이사장은 내다봤다.
정 이사장은 이와 더불어 경제성장의 3단계 해법을 내놓았다. 1단계는 단기정책으로서 일명 ‘동반성장 3정책’을 쓰는 것이다. 3정책이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제화하고 각종 정부 사업들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발주하며 대기업이 목표 이익보다 넘어서는 실적을 올리면 그중 일부를 중소기업과 나누는 초과이익공유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어 2단계로는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교육·사회제도를 혁신한 뒤 장기적으로 3단계에는 남북철도연결사업 등의 한반도 동반성장체제를 만들자고 정 이사장은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반도 동반성장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한 로드맵으로 그는 ‘2+2회담(한국·일본·중국·북한 ) 발족→대화채널 복원→남북합의서 복원→남북경제공동체 선언 발표’를 제시했다. 정 이사장은 다만 이 같은 로드맵의 전제조건으로 “김정은 정권이 핵개발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권·박형윤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