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로부터 결별해야 합니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깨고 나아가 사회 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인간승리의 드라마’ ‘고졸 신화’로 불리는 김동연(60) 아주대 총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에게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서 그동안 쌓아온 틀을 깨야 한다고 조언했다.
11세에 부친을 여읜 김 총장은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은행에 취직해 직장생활을 하면서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에 합격한 말 그대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32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기획재정부 차관,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 등 정부 요직을 두루 지냈다.
그는 23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열린 2017학년도 아산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에 참석해 장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총장은 “30대 초반 미국 유학을 떠나게 됐는데 당시 극심한 회의감이 찾아왔다”며 “그때 내가 꿈을 꾸면서 잃어버린 것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됐다”고 회고했다. 성적도 좋고 장학금도 받아 유학생활이 모두 정상궤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공부하는 이유가 단지 박사 학위 취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했던 꿈이 정말 내 꿈이었을까 하고 고민했다”며 “남의 시선으로, 남의 꿈을 위해 산다면 과연 그것이 내 인생일까 자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공부 방법을 바꿨다. 성적 따기 좋은 과목을 들은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기피하는 힘든 과목이라도 정말 듣고 싶은 것을 수강했다.
그는 지난 1993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와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시작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기재부 예산실장을 거쳐 기재부 차관 후 국무조정실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5년 2월 아주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여건을 깨야 한다”며 “그 이후에는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는 고통을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대학생 569명, 고등학생 660명, 군인·경찰·소방관·해양경찰 등 제복을 입은 대원(MIU)의 자녀 230명, 대학원생 17명 등 총 1,476명에게 장학금 50억원을 전달했다. 아산재단은 1977년 재단 설립과 함께 꾸준히 장학 사업을 펼쳐왔으며 지금까지 3만여명의 학생에게 총 608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