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과 관련해 “매우 늦었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이 북한 문제를 매우 빠르고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중 압박을 거듭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겨냥해 “(미국이) 핵 전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핵전력 강화 의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외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한 질문에 “나는 뭐든 절대 ‘노(No)’라고 말하지 않지만 매우 늦었다”면서 “현 상황상 매우 늦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김 위원장과 ‘햄버거 대화’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북측의 잇단 도발로 대화에 나설 상황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북핵 및 미사일에 대해서도 “이미 수년 전에 조치가 취해졌어야 했다”며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북핵 대응을 비판하는 한편 현 정권에서 적극적인 대북 제재로 대응전략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미사일방어체계(강화)도 취할 수 있는 많은 것 중 하나”라며 “그보다 더 많은 것(대책)에 대한 얘기들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미 간에 최근 추진된 것으로 알려진 1·5트랙(반관반민) 대화 가능성이 희박해진 반면 공화당 등 미 의회가 힘을 싣고 있는 대북 ‘세컨더리보이콧(북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기업 제재)’이나 테러지원국 재지정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역할론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스스로) 그렇게 말하든 하지 않든 북한에 엄청난 통제권을 갖고 있다”면서 “중국은 원하면 북한 문제를 ‘매우 빨리’ ‘매우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해 북핵 해결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압박했다. 지금처럼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세컨더리보이콧 등을 통한 중국 제재 수위도 높아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한 데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며 강온 양면책을 썼다. 그는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일본에 매우 불공정한 일”이라며 일본의 피해를 강조, 일본 측의 주장을 향후 북핵 대응에 반영할 것임을 암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 경쟁에서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며 핵무기 감축을 골자로 한 미국과 러시아 간 ‘뉴스타트(New START)’ 협정 개정 의지를 밝혀 미러 핵경쟁 부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초래했다. 그는 “우호적인 국가라도 (핵무기 경쟁에서)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핵전력에서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뉴스타트’ 협정에 대해서도 “그게 스타트든 이란 핵협정이든 미국이 맺은 또 다른 나쁜 협정”이라며 “우리는 좋은 협정을 맺기 시작할 것”이라고 개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시리아에 미군 증원 등을 계획하는 등 분쟁지역에서 군사력 개입을 확대해나가는 모습이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