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으로 뛰어들고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과감하게 오프라인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천명한 기업이 있다. 온라인 시장에서 다져온 탄탄한 지위를 기반으로 이제는 거꾸로 오프라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역발상’이다. 최근 자회사를 통해 패스트푸드 업체인 KFC를 인수해 주목을 받고 있는 전자결제업체 KG이니시스가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한 첫 발걸음을 뗐다.
권오흠(55) KG이니시스 사업총괄 대표는 24일 경기도 판교에 있는 KG이니시스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지급결제 사업자가 패스트푸드 업체를 인수한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은데 이번 결정은 오프라인 결제시장에서 성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연 60조원 규모의 시장에서 싸웠다면 이제부터 우리의 경기장은 연간 1,000조원대 시장이 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말대로 국내 온라인 결제시장이 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프라인 결제시장에 비하면 아직도 ‘새발의 피’ 수준이다. 국내 온·오프라인 결제시장 규모는 연 1,000조원 정도인데 온라인 결제시장의 비중은 고작 6%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점유율 35%대로 국내 전자지급결제대행(Payment Gateway· PG) 1위 기업인 KG이니시스가 전통적인 오프라인 결제 쪽에 눈을 돌린 이유다.
그는 “지금까지는 온라인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고 절대적 결제사업자인 신용카드사들이 오프라인 시장진입도 탐탁치 않아했었다”고 오프라인 진출을 미뤄왔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밴사업자들이 PG시장 진입을 꾀하고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에 따른 리베이트 금지조치로 수익성이 악화돼 이번에 ‘결단’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8월 KG이니시스 사업총괄 대표로 선임된 권 대표는 신한카드 부사장을 역임한 카드업계 전문가다. 특히 빅데이터와 온·오프라인연계(O2O)등 신규 금융기술 등에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신용카드사들의 각축장인 오프라인 결제시장도 이제는 (다양한 결제사업자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틈이 벌어져야 한다”며 “상반기 내 모든 신용카드사들과 밴사업 계약을 체결해 오프라인 결제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KG이니시스는 올 초 부가가치통신망(밴·VAN) 사업자 등록을 완료하며 오프라인 결제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계열사인 KG올앳이 지난 23일 KFC를 인수하면서 O2O 비즈니스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스타벅스의 비대면 주문방식인 ‘사이렌 오더’ 같은 IT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를 KFC 매장 등에서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붐비는 매장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지 않고도 빠르고 편하게 주문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KG이니시스 지난해 PG시장의 경쟁과열로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온라인결제 거래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0% 이상 급증하는 등 실적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땐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결제시장이 상대적으로 커지는데 (KG이니시스가 강점이 있는) 중소형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면서 실적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대로라면 결제거래금액은 올해 25조원, 내년엔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KG이니시스는 지급결제 솔루션 수출에도 속도를 낸다. 현재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에 솔루션 수출계약을 맺었고 중동, 동남아 지역의 기업들과도 수출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는 “지급결제는 일종의 문화와도 같아서 선불카드가 주로 쓰이는 중국, 현금거래 비중이 높은 러시아 등 각 나라마다 고유의 결제문화가 있다”며 “글로벌 톱 수준의 결제기술을 보유한 KG이니시스는 각 국가의 사정에 맞는 결제편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은 솔루션 수출에 주력하고 장기적 안목에서는 자본투자가 수반되는 솔루션 운영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판교=박해욱· 백주연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