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까지만 해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소위 ‘장님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식’으로 인류의 미래를 가늠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구축과 속도 경쟁, 가상현실(VR)·인공지능(AI)의 기술력 과시 외에는 뚜렷한 그림이 없었다.
그러나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는 이 같은 신기술 위에서 펼쳐질 미래 생활의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5G·AI·VR·사물인터넷(IoT)·커넥티드카 등 신기술을 구현하는 데 ‘뿌리’ 역할을 하는 세계 주요 네트워크·통신 장비업체는 물론, 자동차 회사나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로봇회사, 각 중소기업 업계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여 향연을 펼친다. ‘모바일. 그 다음 요소(Mobile. The Next Element)’라는 주제로 200여개국 10만1,000여명이 넘는 참가자가 방문하며 참석업체만 2,200개에 달한다.
올해 MWC를 가장 뜨겁게 달굴 화두는 AI다. 이 분야는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는 스마트폰·스피커·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음성인식 기반의 AI 비서 서비스가 등장했다. 국내 기업은 LG전자가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스마트폰 ‘G6’와 스마트워치 ‘LG워치’를 선보이고 SK텔레콤이 차세대 AI 로봇과 IBM 왓슨 기반의 ‘누구’ 등을 내놓았다.
AI와 함께 주목받는 기술은 AR·VR 등 ‘실감형 미디어’다. 5G 상용화로 초고용량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해지면서 시청자가 마치 다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들이 소개됐다.
SK텔레콤은 360도 전방위를 초고화질(UHD)로 생중계할 수 있는 ‘360 라이브 VR’을 선보였다. 기존에는 방송사가 제공하는 화면을 볼 수밖에 없었다면 이 서비스로는 시청자 각자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동시에 다른 화면을 보게 된다. 고개를 돌리면 화면과 소리가 그에 맞춰 함께 조절되기도 한다.
KT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일 다양한 서비스들을 전시했다. 다시점 스트리밍으로 경기 중 시청자가 원하는 시점의 영상을 볼 수 있는 ‘옴니뷰’를 비롯해 경기에 참여한 선수 시점 영상을 볼 수 있는 ‘싱크뷰’ 등을 선보였다. 또 인기 걸그룹 트와이스 캐릭터들과 함께 서울의 주요 관광지를 실감 나게 여행하고 ‘스키점프’와 ‘루지’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도 마련했다. 삼성전자도 사내 벤처 육성프로그램 ‘C랩’에서 개발된 VR·AR 기술 전시를 위해 별도 부스를 꾸렸다.
차세대 정보기술(IT) 기기만을 위한 ‘넥스테크홀’도 신설됐다. 글로벌 상업용 드론 시장 85% 수준을 점유한 중국 드론(무인기) 업체 DJI도 이곳에 처음으로 부스를 마련했다. 태블릿과 연동한 자동 비행 드론,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드론 촬영 장비 등을 소개한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는 차세대 로봇을, BMW·벤츠·포드 등 자동차 제조업체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보인다.
기조연설에 나서는 글로벌 인사들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황창규 KT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에릭 쉬 화웨이 최고경영자(CEO),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CEO, 존 스탠키 AT&T 엔터테인먼트그룹 CEO,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라지브 수리 노키아 CEO 등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모바일 시대 이후를 이끌어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바르셀로나=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