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했던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파행됐다. 상가권리금을 보호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안건에 포함돼있었지만 논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당초 여야는 이날 전자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의 미비점을 보완한 절충안을 집중 논의키로 했다. 특히 다중대표소송제는 이미 시행 중인 일본의 법제 사례를 반영한 위원회 대안이 마련되면서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졌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임원의 불법 행위 등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법사위에서 마련한 대안에 따르면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한 완전 모자회사 관계만 소송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사위는 이에 더해 자회사의 총자산이 모회사 총자산의 20% 이상인 조건을 달았으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고려했다.
이같은 방안은 지난 20일 소위 회의 당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문제제기로 추가 반영됐다. 이에 대해 법사위 내부에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더라도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 역시 의결권을 나중에 철회·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을 포함하기로 공감대가 모아졌다.
하지만 이날 여야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회의가 파행됐다. 김 의원이 법원 조직법 개정안 등 다른 법안도 안건에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마찰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범계 법안심사소위원장은 “다중대표소송제 소송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 허가 조건 등 4가지를 다 받아들였다”라며 “그런데 김 의원이 본인이 발의한 법(법원 조직법)을 넣어주지 않으면 들어오지 않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파행시킬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탄핵심판 최후변론을 위해 헌법재판소로 이동해 사실상 이날 추가 회의는 어려워졌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기업 경영권을 제한하는 상법개정안이 야당 때문에 처리되지 못했다. 박 의원의 오만불손한 언행으로 파행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