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발(發) 정부 조직개편 바람이 부는 가운데 전직 장관들과 교수들은 “현시점에서는 하지 않는 게 최선이며 하더라도 최소화하는 게 낫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도 오는 5월 대선에 따른 내년 예산안 편성이 문제였다. 통상 부처는 5월 말, 기획재정부는 6월부터 다음해 예산안을 편성하는데 5월 대선 이후 정부 조직개편까지 맞물리면 예산안부터 꼬여 국정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조직개편은 정부 역할이 무엇인지부터 정하는 등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는 한편 제왕적인 ‘청와대 힘 빼기’를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서울경제신문이 전직 장관 5명, 행정학 교수 5명 등을 인터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은 “조기 대선으로 보통의 예산편성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조직개편까지 하면 법 통과에 최대 50일이 걸리는 등 국정 공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도 “조직개편은 인수위를 거치더라도 혼란을 낳는데 이번에는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도 없다”며 “우리 경제·사회 상황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좋은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꼭 해야 한다면 문제가 많은 부처를 중심으로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정권이 제한된 시간 안에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부처 이름과 기능을 바꾸곤 했는데 비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도 “미래창조과학부·인사혁신처 등 비정상적인 것만 고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더욱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장관에게 힘을 싣고 책임도 지우는 방향으로 비서실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축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조직개편을 중장기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병선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선 이후 급하게 바꿀 게 아니라 정부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50년, 100년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종=김상훈·서민준·강광우·이태규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