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똑똑한_직장생활 가이드 ‘플랜 Z’] <14>인사이트는 지독한 훈련의 결과



‘새로운 생각이나 통찰은 어떻게 얻으시나요’

후배들과 자리를 같이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가끔 받는다. 새로운 생각과 남과 다른 시도를 많이 구상해야 하는 마케팅 일을 하는 나에게 어떤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궁금해하는 것 같다. 새로운 방법의 특별함은 전혀 없지만, 통찰력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강한 믿음은 있다. 새로운 생각은 그냥 어느 날 뚝 떨어지는 우연이 아니라는 점, 개인의 특수한 능력이나 몇몇 소수만이 갖고 있는 재능이 아닌 꾸준하고 일관성있는 훈련으로 단련될 수 있는 습관 같은 것이라는 믿음이다.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자

‘나는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른다(I don‘t know what I don’t know)’라는 진실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인간이 사고하고 예측하고 구상하는 모든 것은 내가 직간접적으로 아는 개념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알파고는 인간의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승수를 두었다. 많아 봐야 30~40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프로 기사로서는 몇십만 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알파고의 세상을 유추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책을 보고 공부를 하고 상상력이 뛰어나도 내가 모르는 것은 모른다. 이 사실을 진실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마음을 열고 새로운 생각, 다른 의식, 낯선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내가 아는 것이 지극히 일부임을 인정하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야말로 새로운 생각의 시작점이다.

새로울 것 없는 본질에 각(frame)을 세우는 것이 통찰

태양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실제로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주는 생각은 실행하기에 결함투성이인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새로울 것 없는 본질에 새로운 각 (frame)을 세우는 작업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할 때 시시해 보였던 아이디어도 아이나 연인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재탄생 시키면 그럴듯해진다. 무거운 자동차 차체를 안전성의 상징으로 리포지셔닝 시키고, 주차장이 먼 재래시장의 골목에 전통문화 체험 공간을 만들어 추억을 소환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처럼 완전히 새롭지 않은 생각도 각을 세우는 작업을 통해 매력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생각을 찾아 헤매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평범함에 새로움을 더 할 수 있는 각은 찾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

자세히, 오랫동안 관찰하라.

‘관찰한다’는 것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습관적으로 사람이나 상황, 사건 등을 관찰한다.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지, 그래서 얼마나 다양한 일이 일어나는지, 나름대로 소설을 써가며 살펴보고 가설도 세우며 증명, 부정을 반복해 본다.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걸 보니 굉장히 보수적일 수 있고, 자신보다 주위의 행복, 주위의 시선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인 거 같은데… 이번 일에는 이러한 반응을 보일 거 같은데?’ ‘ 이 시장은 그동안 서구 문명에 대한 질시와 부러움이 동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는데, Z세대들을 중심으로 한 모방 심이 전혀 새로운 국면의 소비성향을 보이겠는데?’ ‘디지털 소비는 어떻게 진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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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더 관심있게 들여다보면서 나의 가설이 맞는지 타진해 본다. 출장을 가더라도 경치나 관광지를 보는 일보다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들, 그 장소에 얽혀있는 여러 이야기들, 가게 상점에서 어떤 물건들을 사는지, 이런 모습들이 훨씬 더 재미있고 궁금해진다.

무엇이든 관찰하는 습관, 가설을 세우고 관찰하는 습관을 길러보자. 특히 상상력이 부족하거나 스토리텔링 재주가 없는 거 같아 고민 되는 후배들에게 더욱 더 적극적으로 해보라 추천하는 습관이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생각에 대한 통찰은 이미 많이 시작된다.

익숙함과 결별하라

새로운 통찰력은 이질적인 상황이 충돌됨으로써 극대화된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읽거나 여행을 가는 것이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얻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것 같다. 매일매일의 생활에서도 스스로 이질적인 환경을 자꾸 만들고 그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 훈련이 중요하다. 매일 만나는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보는 것, 새로운 시각을 듣고 그들이 하는 전혀 새로운 일에 대해 질문하며 관심을 갖아 보는 것. 매일 출근하는 길이 아닌 전혀 새로운 길로 출근해 보고, 그 골목 골목의 가게들을 눈여겨 살펴 보는 것, 그러한 불편함이 나의 시각에 새로움을 준다.

호기심을 잃기 시작하면 늙는 것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익숙함과 결별하고, 낯선 상황으로 나를 밀어 넣으며 재미있다 생각하며 호기심을 발동해보자. 나와 다름으로부터 얻어지는 긴장감이 내 생각의 한계를 긍정적으로 확장시켜 줄 것이다.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myoungwha.choi00@gmail.com

최명화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활약한 마케팅계의 파워우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최명화&파트너스의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Chief Marketing Officer)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조직에서 스마트하게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장 전략서 ‘PLAN Z(21세기북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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