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회 처리 무산된 상법 개정안 이 기회에 폐기해야

상법 개정안의 2월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엊그제 국회 법사위는 법안심사1소위를 열어 상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여야가 맞서면서 회의가 파행됐다. 여야가 회의 시작부터 진행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 정작 법안 심의는 하지도 못한 채 끝났다. 이를 두고 여야는 통과시킬 의지가 없었느니, 야당 때문에 처리되지 못했느니 하며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이렇게 여야가 맞서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특히 정치권에서 반기업정서를 등에 업고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판이다. 현장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경영인은 물론이고 전현직 장관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0일 “상법 개정안에 경영 안정성을 위협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부분적으로 도입한다면 경영방어권 제도도 같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가 업계 대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82.3%가 개정안에 반대하거나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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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걱정이 많은 것은 경영권 침해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근로자대표 사외이사추천제 등이다. 이렇게 되면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되는 반면 2대주주부터는 이런 제약이 없다. 투기자본에 의해 경영권이 침해되는 독소조항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사외이사추천제도 기업 의사결정의 발목을 잡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합리적인 의문에 정치권은 아예 귀를 닫고 있다. 심지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8일 “개정안이 기업을 해외 기업사냥꾼의 놀이터로 만들 것이라는 억지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언론 보도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갖고 기업인을 겁주고 민주당과 기업을 이간하는 태도”라는 말까지 했다. 언론의 우려조차 듣지 않겠다는 오만한 언사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은 남 탓하기 전에 상법 개정안 반대 목소리가 갈수록 확산되는 이유부터 제대로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여야가 합의도 못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 기회에 전면 재검토하거나 폐기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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