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용 마크로젠 대표
지난 2015년, 당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정밀의학 프로젝트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를 국가적 차원에서 미래 보건 복지의 핵심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정밀의학은 세계적인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됐다.
정밀의학이란 무엇일까? 드라마 허준과 대장금을 기억한다면 정밀의학을 좀 더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드라마 허준에 등장하는 허준의 스승 유의태는 허준에게 ‘같은 병이라도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야 하고 약이 같아도 먹는 이에 따라 처방이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드라마 대장금에서는 한상궁이 장금이에게 이 같은 원리가 약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먹는 물에 까지도 작용한다고 가르친다. 정밀의학은 이렇듯 체질에 따른 개인별 맞춤치료를 의미한다. 오늘날에는 처방과 약뿐 아니라 음식과 생활습관으로까지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이러한 원리를 깊은 관찰과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체계화시키고 이해하기에는 당시의 과학 기술 수준이 뒷받침 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최근의 급격한 게놈분석 기술의 발전과 사물인터넷(I.o.T)·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된 생활 기록이 담긴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들은 미래의학의 패러다임을 정밀의학으로 완전히 바꿀 것이다. 예를 들어 게놈분석기술의 발달은 17년 전에는 30억 달러에 10년이 걸리던 사람의 전체 유전체를 분석을 1,000달러에 1주일 만에 가능하게 만들었다. 1,000달러는 17년 전 컴퓨터 1대, 지금 스마트폰 1대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이 돈으로 누구나 생로병사의 비밀을 알 수 있는 자신의 기본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밀의학은 참여(Participatory)·예측(Predictive)·예방(Preventive)·개인화(Personalized)의 4P를 기본특징으로 한다.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다가올 질병이나 건강문제를 미리 예측(Predictive), 예방(Preventive)하고 개인별 특성(Personalized)에 맞는 치료법을 제공하는 3P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발적 참여(Participatory)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가, 중국은 현재 100만명의 자발적 참여자를 바탕으로 정밀의학 코호트 구축과 유전체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어느 나라가 10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가장 먼저 유전체를 포함하는 빅데이터 정보를 확보하고 그 안에 숨겨진 암호를 풀어내느냐가 앞으로 바이오와 정밀의학의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다.
지난 몇 달간 우리는 수백만의 자발적 촛불의 힘을 목도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제아무리 힘 있는 정치인도 수백만 촛불 중 하나의 촛불에 불과하다. 정밀의학의 핵심 역시 뛰어난 과학자, 의사 몇 명이 아니라 수많은 일반인들의 관심과 참여다. 참여의 시작은 개인의 유전정보를 제공하고 연구에 동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물론 개인정보와 유전정보의 분리 등을 포함하여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논의되고 합의되어야 할 많은 사회적, 윤리적 이슈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역시 다수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수많은 일반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