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오너의 집무실 벽에서 그림을 봤다. 미술, 사진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긴 했지만 이토록 마음을 빼앗는 그림은 처음이었다. 어지간한 집값 수준의 금액으로 거래를 제안했지만 미술 애호가인 상대방을 설득하진 못했다. ‘아트 헤지펀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2일 서울옥션과 함께 ‘더블유아트펀드’ 운용을 개시하는 김우기(사진) 더블유자산운용 대표의 이야기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미술품도 훌륭한 대체투자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 자신도 겪었듯 전 세계 자산가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꽂히면’ 그 그림은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논리다.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미술품 고유의 특성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글로벌 아트펀드 시장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13%대에 달한다. 중국 부자들이 해외 미술품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미술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문외한이 보기엔 미술품 시장이 주먹구구식으로 유행에 따라 소수의 자산가들 사이에 그림값이 정해지는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이지만, 김 대표는 “증시처럼 다양한 가격 지표가 차트로 만들어져 있어 기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든든한 우군이 됐다. 자금모집과 운용·법무 등은 운용사에서 도맡지만 작품 평가와 구입 등을 맡길 파트너가 없으면 제대로 된 아트펀드는 탄생할 수 없다. 지난 2007년께 쏟아져나왔던 아트펀드들은 사실상 운용을 도맡은 갤러리들의 ‘재고 처리’ 수단으로 활용됐지만, 10여년 만에 출시된 더블유아트펀드는 서울옥션 전문가들과 더블유운용 펀드매니저들의 이중, 삼중 검증을 거쳐 투자 대상을 고른다. 특히 ‘재고 미술품’은 아예 편입을 못하도록 해 실패의 여지를 없앴다.
김 대표는 더블유아트펀드를 통해 단순히 수익을 노리기보다 국내 미술품 시장의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아트펀드의 수익률이 좋아지면 미술품 시장도 커지고, 다시 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더블유아트펀드의 수익 중 1%를 신진작가들 지원에 쓰기로 수익자들과도 약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350억원 규모로 설정된 더블유아트펀드는 대략 30개 정도의 작품에 투자하게 된다. 수익자 보호 차원에서 1호 펀드가 청산되기 전까지는 추가 펀드를 설정하지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