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제98주년 3·1절 기념행사가 열린 서울시 광화문 청계광장. 댄스 공연을 준비하던 행사 관계자들을 향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한 손에 쥔 50대 남성이 박수를 쳤다. 탄핵반대 집회에 매주 빠짐없이 참여했다는 이 남성은 “집회에 나왔다가 뜻깊은 행사를 하는 것을 보고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청계광장에서 열린 행사는 사단법인 서울국학원이 매년 진행하는 3·1절 기념행사다. 같은 시각 청계광장 인근인 서울광장에서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이 주최하는 태극기 집회(탄핵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에 탄핵반대 집회 참석자들이 청계광장에서 열린 3·1절 기념행사에 잠시 들러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다.
3·1절 기념행사가 시작된 오전 11시부터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한 이들이 하나둘 청계광장으로 모여들었다. 행사의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한 집회참가자는 음악에 맞추어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준비해온 국기를 흔들기 시작했다. ‘탄핵을 탄핵하자’는 문구가 새겨진 띠지를 어깨에 건 한 남성은 주최 측이 마련한 ‘삼일만세 독립군 윷놀이 마당’이 진행될 때 수차례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가 청계광장을 찾은 이모(66)씨는 “우리 집회와 여기(3·1절 행사)에서 휘날리는 태극기는 일맥상통한다”며 “국기에는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담겨있다. 지금 (3·1절 행사에서) 흔드는 태극기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공연을 보다가 태극기집회가 열리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던 이훈씨도 “태극기는 나 자신이자 우리 국민 그 자체다. 태극기를 흔드는 데 기뻐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공연을 보며 박수를 치고 몸을 들썩이던 황모(57)씨는 “언론노조와 민주노총이 북한 지시를 받고 촛불집회를 이끌고 있다”고 강변한 뒤 “이 사태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태극기를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탄핵반대 집회를 찾은 문영찬(57)씨는 “어제 뉴스를 보니 최순실 재산 200억원을 추징한다는데 이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완전히 짓누르는 것이다”면서 “이렇게 들고 일어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좌경화될 거 같아 나 같은 민초가 태극기를 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3·1절 기념행사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탄핵반대 집회와 같은 맥락이 아니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윤한주 국학원 홍보팀장은 “탄핵반대 집회가 열리는 서울광장 근처에 행사를 연 것은 이곳(청계광장)이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서다. 매년 여기서 행사를 해 왔다”며 “3·1운동의 정신을 알리기 위한 것뿐이지 탄핵반대 단체와 우리는 전혀 관련 없다”고 말했다.
가족을 데리고 행사장을 찾은 한 남성은 “3·1절만의 가치가 있고 그걸 기념하고자 왔을 뿐이다”라며 “저들은 박근혜랑 최순실 때문에 태극기 든 건데 여기 와서 국기 운운하는 건 전형적인 끼워 맞추기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