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옳은 정치’가 아니라 ‘좋은 정치’를 하자는 것입니다. ‘옳은 정치’란 다수결 밀어붙이기로 혁명하자는 것입니다. 그것은 정치의 역할이 아닙니다. ‘좋은 정치’는 서로 다른 정치세력이 공익에 가장 근접하게 타협하는 정치입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아직 탄핵인용 여부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지만 만약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여론조사의 흐름을 볼 때 야권의 집권이 유력하다. 그렇게 되면 김대중·노무현 진보정부 10년,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10년 이후 다시 진보정권을 맞게 되는 셈이다. 그러면 야권은 준비가 돼 있을까. 이번 대선은 누가 집권해도 의회에서 소수파다. 대선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정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정당 차원의 집권능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박상훈 학교장은 “정당 기능이 완벽하게 무너지고 후보 개인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정당의 정책 생산·공급능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전환기적 복합위기를 맞아 국내외적으로 시대적 과제는 막중하다.
그래서 누가 돼도 잘하기 어렵다. 시대적 과제에 합의하는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빨리 가려고 할 게 아니라 느리게 가더라도 함께 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
사실 현재의 탄핵 국면 또한 건강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함께한 결과다. 촛불집회가 그랬고, 국회의 탄핵 또한 온건보수가 함께해서 가능했다.
그래서 ‘옳은 정치’가 아니라 ‘좋은 정치’를 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하는 정치로 가야 한다.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은 “현재 민주주의의 시대적 흐름도 다수결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고 있다”며 “지금의 시대정신은 협치·연합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루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국회가 책임져본 일이 없기 때문에 시대적 과제나 문제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책임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연정을 하게 되면 문제도 보이고 해결방안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의식·고광본 선임기자 miracl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