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백기든 삼성생명...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결정

2일 이사회 열어 결정

그룹 해체 수순 밟으면서 김창수 사장 역할 더 중요해져

중징계땐 사장 연임, 3년간 신산업 진출도 못해 타격

내부 전속 설계사 동요. 고객 항의 등 부담도 배경

혼자 버티는 한화생명도 결국 지급결정으로 선회할 듯

삼성생명(032830)이 2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미지급 자살보험금 1,608억원을 전액 지급하는 내용의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3일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명보험사인 삼성·한화·교보생명에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직원 중징계와 영업 및 신사업을 제한하는 기관징계를 내리자 뒤늦게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 2007년 자사 보험상품인 차차차교통안전보험 관련 법원 판결을 기준으로 이전 건은 보험금 원금만 지급하고 이후는 보험금과 지연이자를 모두 지급하기로 하는 등 자살보험금 전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교보생명보다 한발 더 나아가 모든 건에 대해 보험금 및 지연이자 전액 지급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전액을 교보보다 한발 늦게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최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이들 3개 생보사에 ‘설마’ 했던 중징계를 그대로 내리면서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재심 직전 전건 지급을 결정한 교보생명이 CEO 중징계를 피해가며 사실상 공동전선이 흔들리자 삼성생명은 교보생명보다 더 파격적인 전액 지급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전자·물산·생명 중심의 계열사 자율경영이 중요시되면서 삼성생명을 가장 잘 아는 김창수 사장의 잔류가 절실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징계 의결 내용이 금감원장 전결 및 금융위 등을 통해 최종 확정되면 김 사장의 연임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고 미전실이 없는 상황에서 김 사장의 공백까지 생길 경우 경영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미전실의 역할이 사라진 상황에서 마지막 의사결정을 해줘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공석이 될 경우 예상치 못한 경영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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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의 연임으로 본격적인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시점에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3년간 신사업 진출이 전면 금지된다는 점에서도 일단 중징계를 피하려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금감원의 징계 내용이 전속 설계사들에게 알려진 후 내부 동요가 예상보다 크고 교보생명과의 형평성을 따지는 계약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점도 뒤늦게 전액 지급이라는 전향적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삼성생명은 2일 긴급 이사회 개최에 앞서 지난달 28일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을 금감원에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징계 감경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지만 교보생명이 미리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으로 중징계를 피해간 선례가 있는 만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그룹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무엇보다 회사의 경영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독자경영을 해야 하는 만큼 신사업 진출의 필요성도 더 커졌고 설계사들과 고객들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에 이어 삼성생명도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으로 선회하면서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는 한화생명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하면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한화생명만 유일하게 자살보험금을 전액 또는 전건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로 남게 된다. 한화생명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명분이 약한데다 계약자들의 항의 부담 등으로 결국 교보와 삼성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삼성생명의 입장 변화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삼성생명 이사회 결정을 지켜보고 검토하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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