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규모 탄핵 찬반 진영…큰 충돌 없이 마무리

3·1절인 1일 서울 도심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여론을 놓고 갈라졌다.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98년 전 3·1운동 정신이 오늘날 탄핵 정국을 맞아 ‘시민혁명’으로 계승됐다고 자평했고,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는 조작과 불의에 맞서 자신들이 구국의 정신으로 태극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서로 가까운 곳에서 대규모로 집회를 열었음에도 소소한 실랑이 외에 큰 불상사는 없었다.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경비병력과 차벽을 대거 투입해 양측 간 접촉을 철저히 차단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황교안 퇴진! 3·1절 맞이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탄핵심판 선고만 남긴 헌법재판소가 촛불 민심을 수용해 반드시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98년 전 오늘 3·1운동의 힘으로 임시정부가 수립됐고, 마침내 1945년 대한민국이 해방됐다”며 “여러분은 진정한 독립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모였다. 한 분 한 분이 유관순 열사”라고 말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탄핵 반대단체를 향해 “숭고한 태극기를 부패한 정권을 위해 쓰는 것은 애국선열을 모독하는 일”이라며 “3·1절에 성조기를 들고 다니는 동포 여러분은 민족의 자주독립을 생각하면 당장 거두어 달라”고 호소했다.

3·1절을 맞아 촛불집회에도 태극기가 다수 등장했다. 탄핵 반대단체의 ‘태극기 집회’와 달리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함께 달렸다.

참가자들은 이어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방면의 청와대 남쪽 100m 지점과 헌재 인근까지 행진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궂은 날씨에도 연인원(누적인원) 30만명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퇴진행동은 탄핵심판 선고까지 이달 4일과 11일 주말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민주노총은 총파업, 농민단체는 농기계 시위, 학생들은 동맹휴업을 조직하는 등 강력한 항의행동을 벌이겠다고 퇴진행동은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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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에 앞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 ‘제15차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1919년 3월 1일 선열들이 일제의 폭압에 맞서 태극기를 들었듯 자신들도 ‘정의와 진실’을 위해 태극기를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기국은 이날 발표한 ‘3·1절 선언문’에서 “일제보다 참혹한 불의로 무장한 세력이 단돈 1원도 받지 않은 대통령을 탄핵해 태극기를 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세종대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동대문, 남쪽으로는 서울역까지를 집회 장소로 잡았다.탄기국은 이날 500만명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조원진·김진태·박대출·윤상현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등 친박계 정치인과 탄핵심판 대통령 측 대리인 김평우·서석구 변호사 등도 참석했다.

이날 양측 집회는 근접한 장소에서 각기 열려 혹 심한 충돌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경찰은 이날 집회 현장에 경비병력 202개 중대(약 1만6,000명)를 투입하고, 광화문 광장 주변을 차벽으로 둘러싸 양측 간 접촉을 철저히 차단했다. 광장으로 통하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각 출입구에도 인력을 배치해 통제했다. 태극기를 소지한 사람은 광장 중심부로 가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다.

양측 행진이 시간차를 두고 진행되고, 경로도 겹치지 않게 동서로 병렬 배치됐으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양측을 잇는 지점에도 역시 차벽이 설치됐다. 그 결과 차벽을 사이에 두고 양측 간 사소한 말싸움 등이 있었으나 이렇다 할 물리적 접촉 없이 상황이 종료됐다.

다만 촛불집회에 앞서 일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광장 남단 세월호 천막에 접근을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당하는 상황이 반복해서 연출됐다.

이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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