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연 정책과 맞물려 화이자의 금연 치료제 ‘챔픽스’ 매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은 특허로 인해 시장 진입이 원천봉쇄돼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지난해 챔픽스가 4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챔픽스 매출은 2014년 50억원에서 2015년 240억원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5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타르타르산염)는 니코틴을 받아들이는 뇌의 수용체에 니코틴 대신 결합하는 방식으로 니코틴 중독 문제를 해결한다. 지난 2015년부터 12주짜리 금연 치료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정부가 본인 부담금을 전액 지원해주면서 챔픽스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현재 챔픽스의 시장점유율은 80%로 단일 의약품이 국내 시장에서 매출 500억원을 넘본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금연 치료제가 제약 업계의 새로운 승부처로 부상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화이자가 챔픽스의 물질 특허와 염 특허를 각각 2020년과 2023년까지 확보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복제약 출시를 위한 연구와 개발을 끝마치더라도 특허가 만료되지 않으면 제품을 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소송을 통해 화이자의 특허를 조기 만료시키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앞서 24일에는 국내 제약사 11곳이 화이자 챔픽스의 염 특허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금연 치료제 진입을 위한 청신호가 켜졌다.
이번에 특허 회피에 성공한 제약사는 일동제약(249420)·대웅제약(069620)·보령제약(003850)·국제약품(002720)·경동제약(011040)·씨티씨바이오(060590)·정우신약·한국휴텍스제약·한국콜마(161890) 등으로 챔픽스의 주성분인 타르타르신염 대신 다른 염을 통해 금연 치료제의 효능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제약사들은 챔픽스의 염 특허를 회피하는 대신 3년 일찍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챔픽스의 물질 특허가 아직 유효한 만큼 빨라야 2020년에야 신제품 또는 복제약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챔픽스의 물질 특허를 놓고 국내 제약사들이 소송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들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경우 치료제를 둘러싼 특허 전쟁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