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스릴러 영화. 신구는 ‘해빙’에서 서울에서 병원경영에 실패하고 신도시로 내려와 월급의사를 하는 승훈(조진웅 분)이 세들어 사는 건물의 건물주이자 식육식당 주인인 성근(김대명 분)의 치매에 걸린 아버지 정노인을 연기한다.
영화 ‘해빙’에서 모든 사건의 시발점은 바로 신구가 연기한 ‘정노인’이다. 평생 하던 정육점을 아들 ‘성근’(김대명 분)에게 물려주고 오래된 정육점 한 귀퉁이에 사물처럼 앉아있는 치매 노인 ‘정노인’은 ‘승훈’(조진웅 분)의 병원에서 수면내시경을 하는 도중, “팔다리는 한남대교에, 몸통은 동호대교에… 이렇게 따로 버려야 내년 4월까지는 떠오르지 않을 거야”라는 살인 고백과도 같은 말을 무심코 읊조리며 ‘승훈’을 긴장하게 만든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와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전국민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친숙하고 온화한 이미지로 각인된 신구는 수많은 작품 속에서 보여준 모습들과는 또 다른 모습의 ‘정노인’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치매 노인의 해맑고 순수한 미소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섬뜩한 살인 고백, 그 뒤에 이어지는 섬뜩한 미소까지. 영화 내내 아무것도 모르는 멍한 눈빛과 해맑은 미소 그리고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응시를 오가는 극과 극의 얼굴은 배우 신구가 가진 연기의 스펙트럼과 표현력의 깊이를 실감시킨다.
내시경 이후 끊임 없는 공포와 의심에 빠진 ‘승훈’에게 “처음엔 다 그래, 이게 또 하다 보면은 계속하게 돼”라는 의미 심장한 말과 일그러진 미소를 띄우는 ‘정노인’의 표정은 관객들의 심장을 움켜잡으며 극한의 서스펜스로 몰아간다. 이처럼 등장하는 매 순간마다 뇌리에 박히는 대사들로 극의 몰입감을 더하는 신구가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가 새로운 유행어로써 관객들을 매혹시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