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부의 낙후된 지역으로 남아 있던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스타트업 창업기지로 변신한다. 주민 갈등으로 재개발 사업이 10년 이상 지연됐던 세운4구역은 타협점을 찾아 오는 2023년까지 호텔·사무실·오피스텔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세운상가에서 이 같은 내용의 ‘다시·세운 프로젝트’ 창의제조산업 활성화 계획과 세운4구역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과거 도심 제조산업의 성공신화를 만들었던 세운상가군이 청년들의 혁신성, 기술장인들의 노하우, 미래기술이 결합해 서울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60년대 국내 최초 주상복합건물로 지어진 세운상가군은 1970~1980년대 전자·전기산업의 발전을 이끌었으나 이후 쇠락해 철거 및 재개발 사업이 끊임없이 추진돼왔다. 오세훈 전 시장 재임기간인 2006년에는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종묘와 남산을 잇는 녹지대를 조성하는 내용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사업 계획이 발표됐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서울시는 박 시장 취임 이후인 2013년 6월 세운상가군을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을 통한 재생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2015년부터 다시·세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서울시의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세운상가 앞 광장에서 대림상가까지 이어지는 구간을 대상으로 535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략기관 입주(3월) △청년스타트업 및 제조업체 입주(5월) △시민문화공간 조성(8월)까지 1단계가 진행된다. 2019년까지는 진양상가에서 남산을 잇는 보행길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스타트업 창업 지원을 위해 유치한 전략기관인 △서울시립대 시티캠퍼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단법인 씨즈 △팹랩서울은 이날 세운상가·아세아상가에서 문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5월에는 세운상가에서 대림상가까지 이어지는 보행로 옆에 제작·창업시설과 전시·체험공간으로 구성된 ‘세운 메이커스 큐브’가 들어선다. 이달 중 드론, 스마트 의료기기 등 개발 분야 기업들을 대상으로 입주기업을 모집한다. 8월에는 세운상가 옥상에 남산과 종묘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쉼터, 청계천 복원 당시 철거됐던 세운상가에서 청계상가를 잇는 공중 보행교, 옛 초록띠공원 부지의 광장, 조선시대 중부관아터와 유적을 전시하는 전시관 등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에서 보존 가치가 있는 기존 건물들과 골목길 등 일부를 보존해 역사적 자산과 도심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의 기본설계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한 국제지명현상설계공모 1등 당선작으로 네덜란드 KCAP의 루드히 에테마가 설계한 ‘서울세운그라운즈’를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