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종잣돈 5,000만원을 연 5%의 이자율로 10년간 넣어뒀을 때 이자 수익은 약 2,500만원 정도에 그칩니다. 하지만 주식에 투자해서 평균 9%의 수익을 올린다면 수익금은 7,250만원에 달하죠. 20년일 경우 격차는 더욱 벌어져 은행 이자는 복리로 계산해도 8,500만원 이지만 주식투자 이익금은 2억5,000만원에 달합니다.”
장기투자 전도사인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노후자금 마련 방법”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내 증시는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 주식시장처럼 일반 국민들의 은퇴 준비자금이 활발하게 유입돼 기업자금 조달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이것이 다시 은퇴 준비자금의 수익률을 높여주는 선순환 생태계를 이루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주식투자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면 얼마든지 현재 부족한 노후준비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노후설계의 첫 번째인 퇴직연금의 기본도 주식투자다. 채권·부동산 등 많은 투자처가 있지만 직장인들이 가입한 퇴직연금의 대부분은 주식투자 비중이 높다.
주식투자가 훌륭한 노후대비 수단이 될 수 있는 사례는 삼성전자의 상장 후 주가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75년 6월11일 액면가 1,000원으로 증시에 입성했으며 당일 종가는 1,050원이었다. 현 액면가가 5,000원이고 주가가 200만원 부근에 다다른 점을 고려하면 지난 42년간 주가는 380배 올랐다. 수익률로 따지면 무려 3만7,900%다. 1970~1980년대 우리나라가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거쳐왔지만 전체 금융권을 통틀어 이 같은 수익률을 가져다준 금융상품은 전무하다. 굳이 시계열을 먼 과거로 넓히지 않아도 비슷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국내 식품 대표 종목인 오뚜기의 지난달 말 기준 주가는 74만8,000원으로 10년 전 종가(8만6,000원) 대비 769.78% 상승했고 같은 기간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은 903.33%, LG화학은 607.5%, 현대차는 91.66% 올랐다. 주식투자를 노후대비 수단으로 인식하고 10년 전 이들 종목에 투자했다면 쏠쏠한 노후자금을 마련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반론도 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졌고 과거처럼 고속성장하는 기업들이 드문 상황에서 제2, 제3의 삼성전자를 찾는 것은 어렵다. 실제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1935년에 90년 하던 글로벌 기업의 평균 수명이 1975년에는 30년, 1995년에는 22년으로 줄었고 2015년에는 15년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경쟁력이 없는 기업이 시장에서 도태될 확률이 점차 높아졌다는 의미이지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진입을 막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면 해당 기업의 주식투자 수익률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 최근 코스피가 1년7개월여 만에 2,100선을 돌파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여전히 선진국이나 다른 신흥국 증시 대비 저평가돼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전망치는 9.6배로 미국(18.5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일본(15.9배), 프랑스(14.7배) 등에도 한참 못 미친다. 신흥국인 필리핀(17.8배), 인도(16.8배), 인도네시아(15.5배), 중국(12.5배)보다도 뒤처져 있다. 한국 증시 저평가는 주가가 기업 순자산에 비해 얼마나 싼지를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한국의 12개월 선행 PBR는 1.0배로 이탈리아(0.9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선진국과 신흥국보다 낮다. 그만큼 투자 매력이 높다는 얘기다.
노후대비로 주식투자에 나서기로 했다면 실천방법은 의외로 쉽다. 주식을 매수한 기업을 경영한다는 입장에서 신중하게 고른 후 여유 자금을 꾸준하게 넣으면 된다. 노후자금 준비로서 장기투자는 최소 20~30년의 긴 호흡을 갖고 나서는 만큼 1개월·3개월·6개월 같은 단기 수익률은 쳐다보지 않아도 된다. 리 대표는 “처음 샀을 때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올라 회사의 실질가치보다 훨씬 더 비싸졌을 때와 회사 경영이나 영업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 미래가치가 하락하는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번 선택한 기업은 계속 투자해야 한다”며 “자가용 운행에 따른 유류비나 커피·술·담배 등 오늘부터 당장 줄일 수 있는 비용으로 주식투자에 나서면 20~30년 후 모습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기업을 선택하기가 어렵다면 각 분야의 1등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식 농부’로 알려진 큰손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경제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주식투자자들에게는 위기 때마다 기회가 있다”며 “경기와 무관하게 각 분야에서 1등을 하는 기업을 골라 투자하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유명 커피숍에서 커피 마실 돈 1만원을 매년 10%씩 성장하는 주식에 투자하면 그 돈이 10년 후면 6,000만원, 20년 후면 2억3,000만원, 30년 후면 6억9,000만원이 된다”며 “이 같은 원칙을 세우고 평생 같이 갈 기업을 3∼4개만 골라 주식에 투자하면 매년 수익을 공유할 수 있어 노후도 든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