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가스를 이용한 ‘자살 세트’를 제작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자살방조 미수·약사법 및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송모(55)씨와 이모(38)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12월 총 4명에게 ‘자살 세트’를 판매하고 설치해주면서 작동법을 상세히 가르쳐 자살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자살 세트’는 40ℓ짜리 질소가스 2통과 가스 호스, 가스 조절기, 신경안정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송씨와 이씨는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사이로, 범행 약 2달 전부터 충남 모처 펜션에서 수차례 실험을 거쳐 ‘자살 세트’를 개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햄스터 2마리로 사망 실험을 하기도 했다.
이후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 ‘고통 없이 죽는 법’, ‘편안한 자살’ 등 키워드를 포함한 게시글을 올려 ‘자살 세트’를 홍보하고 네티즌을 상대로 먼저 쪽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피해자들에게 자신들도 목숨을 끊을 생각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송 씨의 경우 주로 여성을 노려 ‘자살 세트’ 판매를 시도했는데 20∼30대 50여명과 메신저를 주고 받은 흔적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다. 또한 송씨는 작년 12월 한 20대 여성에게 ‘자살 세트’를 소개하면서 “나는 저승사자다. 나에게 죽음의 기운이 있다”며 성추행을 시도한 강제추행 혐의도 받고 있다.
30대 여성과 50대 남성 등 총 4명이 ‘자살 세트’를 구매했으나 지인의 신고 등으로 모두 미수에 그쳐 실제 사망에 이른 이는 없었다. 경찰은 이 수법이 실제 사망에 이를 확률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신원확인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산업용 질소가스를 구매해 범행에 이용했다”면서 “최근 질소가스를 이용한 자살 시도가 늘고 있으므로 관계당국의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상에 이번 범행처럼 자살을 돕겠다는 이들이나 자살 방법을 알려주는 게시글·영상이 범람한다”면서 “유해 콘텐츠로 분류해 단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