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처럼 외치는 4차 산업혁명이지만 도대체 실체가 뭔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답을 찾지 못하겠다면 주식시장을 들여다보자. 이미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테마마다 기치를 올리며 달려가는 종목들이 있다. 4차 산업으로 인한 혜택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주가 200만 원 시대를 맞은 삼성전자(005930), 더 이상 상승 여력이 있을까 싶지만 아직은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는게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단기간 오르내림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이 서버분야의 메모리반도체 수요증가를 이끌며 수혜를 입는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나 정보통신·모바일(IM), 가전(CE)에서는 경쟁심화로 고전이 예상되지만 메모리반도체 만큼은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최근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두드러지게 좋아진 SK하이닉스(000660)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연말 경쟁사보다 뒤졌던 3D 낸드 플래시의 양산에 성공해 올해부터 과실을 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 3사 역시 주목할 만하다. SK텔레콤(017670)은 3년간 11조 원을 정보통신기술(ICT)생태계 조성을 위해 쏟아 붓겠다고 밝혔다. ‘업(業)의 변화’를 주문한 최태원 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긴 만큼 추진력은 확실하다. 투자는 주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신성장 동력으로 이어지기 위한 것으로 SK(003600)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등 관련 계열사가 모두 참여한다. 대대적인 투자로 인해 기존 사업에서 불필요한 비용은 억제하게 되므로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
KT(030200)는 국내 통신사 중 가장 많은 유선망을 보유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 유효했던 기반이 ICT사업에도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ICT도 기존 네트워크 가입자가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IoT 시장이 커지면 기존 가입자 점유율만큼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가정 내 미디어를 결합한 홈 IoT 상품에 집중해 일반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기존 통신시장에서 3위권인 LG유플러스(032640)는 스마트 홈으로 불리는 소형 사물인터넷에 집중하며 신규 시장의 선발주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가전에 강한 LG전자와 연계를 통해 IoT 기능이 장착된 가전을 판매하고 기능을 확장하는 식으로 탄탄한 매출구조를 키워갈 수 있다.
SK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는 기업의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SI·System Integration)사업에서 역할 증대가 기대되는 사업형 지주사다. LG(LG CNS), 삼성(삼성SDS), 포스코(포스코ICT) 등 대기업 마다 갖고 있는 게 SI 계열사지만 SK는 IBM과 사업제휴를 통해 클라우드와 AI분야에서 기술을 보강함으로써 앞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때 SK그룹 외에 공급을 넓힐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불리는 자율주행차분야에서는 핵심부품을 담당하는 현대 모비스가 눈길을 끈다. 현대모비스(012330)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와 ICT 융복합 기술을 기반으로 자율주행차량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만도(204320)는 현대 모비스보다 앞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을 개발하며 현대차의 제네시스에 장착하고 있다. 만도에서 2016년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한 ADAS는 2020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보브반도체(102120)는 스마트폰과 스마트 TV등에 사용하는 블루투스 통신의 핵심 반도체 칩인 비콘을 올해 상반기 개발하고 하반기에는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물인터넷이 확산할수록 어보브반도체의 성장이 점쳐지는 이유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더존비즈온(012510)은 정부 등 공공기관 119곳이 올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매출 신장에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측된다. 그 밖에 애널리스트들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047810)는 최근 유럽 에어버스로부터 3,812억 원의 항공기 날개 관련 부품 수주를 확정하며 저력이 있다고 평가했고, 바이오가스 발전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지엔씨에너지(119850)는 친환경 발전 수요가 높아지면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2.9%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