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이 기각되면 무력이라도 써서 저항 시위를 하자고 가족들이랑 얘기했습니다.”(촛불집회에 참석한 40대 직장인)
“탄핵안이 인용된다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군대가 나서라고 요구하겠습니다.”(태극기집회에 나선 60대 자영업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일주일 가량 앞둔 지난 4일 광장 시민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혔다.
사회 각계 원로들을 비롯해 대선주자들까지 나서 “헌재의 탄핵안 심판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지만 광장의 민심은 귀를 닫고 있었다. 오는 10일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찬·반 진영의 후폭풍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 헌재 탄핵 인용! 박근혜 구속! 황교안 퇴진! 19차 범국민행동’ 집회를 열었다. 퇴진행동에 따르면 누적인원 100만 명이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
퇴진행동 진영에서는 탄핵 인용을 확신하면서도 기각 결정이 나면 인정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한 집회 참석자는 “탄핵안이 기각된다면 국민적 좌절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그러면 몸이 불편해도 탄핵집회에 계속 나오겠다”고 말했다. ‘여성의 날’(8일)을 앞두고 열린 집회인 만큼 여성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200년 전 선배 여성들은 참정권 투쟁을 하다 말발굽에 밟히고 단두대에서 죽었다”며 “여성의 힘으로 박근혜 정권을 끝장내고 황교안을 사퇴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도 이날 대한문 앞에서 ‘16차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탄핵반대 집회에서는 헌재를 압박하기 위한 과격 발언들이 쏟아졌다.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은 “탄핵이 인용된 후 야당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보수세력이 내란을 방불할 만큼 소동을 벌인다는 것이 국민적인 관측”이라고 말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탄핵이 인용되면 순국선열이 태극기에 피를 뿌리며 죽었던 그 날처럼 여러분이 주체 세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탄핵안이 인용되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한 60대 참가자는 “탄핵안이 인용되면 헌재와 국회를 포위해 물도 전기도 끊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 헌재에서 근무했다는 또 다른 60대 참가자는 “헌재가 인용 판결을 내리면 재심을 요구하는 집회에 계속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경비병력 1만5,900명을 투입해 탄핵 찬·반 집회 참석자 간 충돌을 막았다./박진용·김우보·박우현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