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해외칼럼] 또 다른 금융위기의 조짐

사이먼 존슨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美·英 은행, '경제 살리기' 주장

자본 조건 등 규제 완화 압박

위험투자 막는 볼커룰 폐지땐

글로벌 금융위기 되풀이될 것

사이먼 존슨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지난 2007년 초 최악의 금융위기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 18개월 만에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고 충격파는 전 세계로 번졌다. 정부의 다급한 조치들은 제2의 대공황에서 우리를 구했으며 관료들은 같은 리스크에 절대로 다시 노출되도록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인들과 중앙은행들은 대형 은행의 파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의 개혁과 국제적 공조에 착수했다.

10년이 지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어떤 의미에서 더 안전해졌다. 하지만 구조 자체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으며 어쩌면 더 취약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의 정책입안자들은 개혁을 완전히 마무리하는 대신 그동안 이룬 진전을 뒷받침해온 대부분의 조치를 원상태로 돌리기로 마음먹은 듯 보인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세 가지 주요 성취를 이뤘다. 첫째로 사업 모델이 형편없거나 방만하게 운영되던 금융회사들이 정리됐으며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또 은행들의 자금조달 수단이 부채에서 자본으로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초대형 은행들의 활동에 규제가 생겼다. 이른바 ‘볼커룰’은 미국 은행들의 자기자본 거래를 막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은행 감독기관들은 정교해 보이는 위험투자에 더욱 회의적으로 변했다.

불행히도 이러한 성취가 덧없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힘 있는 사람들은 미국과 영국의 은행 규제를 없애고 싶어한다. 예를 들어 볼커룰은 골드만삭스와 골드만삭스 출신 고위 관료들의 엄청난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인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본 요구 조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확히 2000년대 초반에 일어났던 일이다. 만약 콘이 이를 실현한다면 결과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재앙’이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여러 중요한 면에서 더욱 집중화됐다. 미국의 초대형 은행들은 유럽계 등 경쟁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영을 잘했다. 결과적으로 주요 시장과 필수적인 금융기반 전반에서 JP모건체이스 같은 은행들은 무너지도록 놓아두기에는 너무 커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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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때때로 복잡해 보이지만 무엇이 중대한 문제인지는 매우 간단하다. 잭 리드 미국 상원의원은 최근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잘 요약했다.

“유권자들이 월가를 개혁하고 난폭한 탐욕을 관리하는 것이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는 복잡한 월가의 계산기나 공식이 필요하지 않다. 소비자들과 이들이 힘들게 버는 임금을 보호하는 일은 가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집에 사는 가족을 지키고 압류를 피하는 일도 가치 있다.”

관료들의 정책에 대한 시각은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 무엇을 경험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사람들이 금융위기로 엄청나게 타격을 입었다면 그 사람은 다시 같은 일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기가 바닥을 쳤을 때 자산을 헐값에 사들이거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등 상황에 잘 대처했다면 그들이 (은행이) 신중을 기하는 일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제임스 곽과 내가 ‘위험한 은행(원제 ‘13 Bankers’)’이라는 책에서 언급했듯 1980~1990년대에 이뤄진 금융 규제 완화가 2000년대의 부동산 거품을 이끌었으며 2008년 금융위기의 무대를 만들었다. 이는 다시 2010년 이후 새로운 개혁의 바람을 낳았다. 개혁은 진지했지만 충분하게 이뤄지지는 못했다. 그리고 개혁 조치들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되돌릴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하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앞으로 큰 은행은 더 커지고 자본 수준은 떨어질 것이다. 합리적인 리스크 관리 업무들은 다시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 될 것이다. 힘 있는 사람들은 ‘붐앤드버스트(거품이 생겼다가 사라짐을 거듭하는 현상)’에 잘 대처한다. 그렇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더 깊은 불평등과 위기가 가져올 빈곤을 기대해야 할 듯하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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