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사드 '불똥' 실물경제로] 비상걸린 항공·석유화학...직격탄 맞은 中企

노른자 中노선 탑승객 반토막 땐

대한항공·아시아나 3,000억 손실

LG화학 등도 매출 줄까 전전긍긍

중기는 계약해지·통관지연 잇따라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적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항공·석유화학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한국관광을 전면 금지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3일 국내 대형 국적 항공사들은 중국 현지 지사 관계자들과 긴급 전화회의를 진행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당장 3월 말 예약 좌석이 빠지지는 않고 있지만 관광 금지가 본격화되면 탑승객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어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중국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노른자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중국 28개 도시에서 38개 노선을 운항하며 3,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시아나항공도 중국 24개 도시, 32개 노선을 통해 2,1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번 조치로 탑승객이 반토막 날 경우 두 항공사의 손실은 단순 계산으로도 3,0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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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과 한화그룹·LG그룹의 간판인 석유화학업체도 초긴장 상태다. 중국이 전체 수출의 45%를 차지할 만큼 의존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당장 LG화학의 경우 한국기업을 겨낭한 듯한 중국 정부의 억지스런 기준으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이 가로막히는 지경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LG화학 전지사업부문의 중국 매출 성장률이 예상치의 절반 수준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리스크가 해결된다면 LG화학 전지 매출은 60% 고성장이 예상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절반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본토 투자에 적극적인 SK그룹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석유화학기업인 ‘상하이세코’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늦어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제품은 당장 한국에서 수출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구조”라며 “하지만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만큼 계속 모니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거나 중국 진출을 모색했던 국내 중소기업들은 이미 사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체계적인 영업망이 없고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족한 탓에 중소업체들은 중국의 보복에 속수무책이다. 서울 구로에 본사를 둔 화장품·마스크 팩 제조업체 A사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대형 광고회사와 마스크 팩 총판 계약을 맺고 중국 마케팅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올 초 갑자기 중국 측에서 계약 해지를 통보해왔다. 계약 무산이나 상품 노출 금지에 더해 세관 통관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다. 대구 섬유업체 C사 대표는 “중국 섬유박람회 참가 때문에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는데 입국심사 과정이 훨씬 엄격해졌다”며 “그전에는 별다른 제재 없이 바로 통관이 됐는데 이번에는 공항 직원들이 가방을 열어 전시용 제품을 일일이 검사했고 겨우 돌려받았다”고 호소했다. /박성호·강도원·한동훈기자 theone@sedaily.com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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