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지난 2012년~2016년 연평균 성장률이 2.8%로 둔화하고 잠재성장률도 추락하고 있다. 경제 성장동력인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대기업매출액 증가율은 3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고용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실업자가 100만명을 돌파하고 청년실업률은 10% 안팎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의 첩경은 무엇보다 기업투자를 활성화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일본·영국 등의 선진국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업투자를 활성화해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
유독 한국에서는 경제민주화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힌 나머지 여소야대 국회와 탄핵정국의 혼란을 이용해 기업투자를 더욱 옥죄는 법안들이 무더기로 추진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가장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법안이 상법개정안이다. 주요 내용은 ①집중투표제 의무화 ②감사위원 분리선임 ③근로자 사외이사 의무선임 ④다중대표소송 도입 ⑤전자투표제 의무화 ⑥자사주 처분규제 부활 등 6개 항목이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 기업사냥꾼들에 따른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멕시코·칠레 등 3개국뿐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는 감사위원이 될 이사 선임시 대주주가 아무리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어도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는 안이다. 현행법상 감사위원회는 거의 사외이사가 독차지할 가능성이 큰데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는 경우 집중투표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자 사외이사 1인, 소액주주 사외이사 1인까지 의무적으로 임명하면 이사회는 사외이사가 완전히 장악하게 되고 대주주의 이사임명권과 경영권이 박탈될 우려가 크다.
근로자이사 제도는 노사관계가 협력적이고 은행 중심의 금융제도인 유럽에서 은행을 견제하기 위해 근로자의 경영 참여라는 제도로 시행돼왔으나 유럽도 1990년대 이후 경제위기에 빠지면서 근로자 경영참여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추세다. 특히 한국에서는 노사관계가 협력적이라기보다 투쟁적이어서 기업경영을 어렵게 해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의 이사가 자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모회사 주식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직접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자회사 경영진이 장기적 안목에서 전략적 사업 육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어렵게 하고 경영권을 노리는 헤지펀드들의 남소로 자회사의 경영이 휘둘릴 우려가 크다.
전자투표제는 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도를 높이는 데는 바람직하지만 주주들이 주총 참여에 소극적인 근본적인 이유가 주로 경영 참여보다는 단기 시세 차익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실익이 크지 않고, 악성 루머 공격시 투표 쏠림 현상으로 건전한 경영의사 결정을 저해할 우려도 있으므로 강제적으로 의무화하기보다 장기적 주식 소유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총 참석을 유도하는 방향이 합리적이다. 또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차단하면 기업들의 사업 재편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지주사 전환시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할 우려가 크다.
이상과 같은 상법개정안을 보면 한국에서는 대주주의 경영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고 나아가서는 대기업을 국민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될 수 있을 정도로 과도하다. 한국 기업은 외국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돼 국부 유출이 자명하다. 외국에서는 창업자나 대주주에게는 100배, 1,000배까지 차등의결권을 부여하고 경영 안정을 보장해주며 투자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차등의결권은커녕 3%룰로 1주1표도 보장해 주지 않으면 한국에 투자할 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기업들은 해외로 탈출하고 일자리는 날아가 피해는 고스란히 실업이라는 고통으로 전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