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면세점 업계는 냉온탕을 오갔다. 한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았지만 정책의 극심한 혼선으로 지금은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면세점의 허가 갱신제 폐지를 둘러싼 정책당국 간의 엇박자, 신규 면세점 추가 등의 논란이 뼈아팠다. 상승세였던 매출액도 올해는 2014년 수준인 8조3,000억원으로 꺾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업계에서는 “면세점에 대한 ‘관치’의 부작용이 극에 달했다”면서 “정부의 면세점 허가권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점의 독과점 규제 법안은 결국 무산됐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6일 “면세점 입찰 때 독과점 위치에 있는 대기업에 감점을 주는 방안을 보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최근 해당 내용이 담긴 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철회 권고 조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중소 면세 업체의 한 관계자는 “면세점에서 독과점 규제를 한다며 몇 년 가까이 논란만 부추기다가 이제 와서 보류하겠다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면세점 추가 확대에 대한 정책 혼선도 극심하다. 정부는 2015년에 신규 면세점 3곳을 15년 만에 허가했는데 업계에서는 “면세점 수가 이미 포화 상태여서 더 늘리면 산업 경쟁력이 죽는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듬해 4월 신규 면세점을 서울에서만 4곳, 전국적으로 6곳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신규 면세점 허가를 위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래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어긋났다. 서울은 2015년 외국인 관광객이 되레 100만여명 줄어든 상태였다. 또 신규 면세점에 대한 특혜 논란도 나와 홍역을 치러야 했다. 급기야 단위 면세점당 매출이 줄면서 지난해 상당수 신규 면세점은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 개선 사항 1순위로 꼽던 ‘면세점 허가 갱신 허용’ 제도 역시 무산됐다. 면세점 허가제도는 한 번 운영권을 따냈더라도 5년 뒤에 원점에서 재심사를 거치게 돼 있다. 이런 제도는 면세점 업체가 5년 뒤에 운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에 시설투자 등을 제대로 못하고 면세점 인력의 고용불안만 야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허가 기간이 만료된 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운영권을 ‘갱신’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호주·홍콩 등 대다수 나라들도 갱신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담은 관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허가 갱신에 대해 여야가 대체로 필요성을 공감했으나 정부가 면세점 특혜 논란이 이는 와중에 신규 면세점 추가를 강행하면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면세점을 둘러싼 계속된 특혜 시비, 일관성 없는 정책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면세점 허가제도를 등록·신고제로 바꿔 시장경쟁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