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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서 1라운드 탈락 눈앞, 국내프로야구의 현주소

네덜란드에 영봉패, 희박한 가능성 경우의 수만 남겨둬

중심타선 침묵에 투수진은 잇따른 홈런 허용…국내 인기 취해 세계수준 파악 못 했나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국내프로야구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확인해볼 계기로 여겨졌다. 부상과 소속팀의 차출반대 등 이런저런 이유로 해외파가 1명(세인트루이스 오승환)밖에 합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파 대표팀’을 두고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터라 또 한 번의 기적도 바라볼 만했다. 2006년 1회 WBC 4강, 2009년 2회 WBC 준우승 신화를 이끌었던 김 감독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4회 WBC는 세계 수준과의 확연한 차이를 절감한 대회로 남게 됐다. 국내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첫 800만 관중 돌파 등 국민적 인기와 선수들의 비약적인 연봉 인상으로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이 사이 세계 수준은 몰라보게 높아져 있었던 셈이다.

한국은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계속된 WBC 1라운드에서 네덜란드를 맞아 0대5로 완패했다. 병살타가 3개나 나왔으니 이기기 어려운 경기였다. 전날 이스라엘전 1대2 패배에 이어 2차전도 맥없이 내준 한국은 도쿄 2라운드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다. 9일 대만과의 최종 3차전을 이겨도 진출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이스라엘이 A조 최강 네덜란드를 잡아 3승으로 마치고 네덜란드가 조 최약체 대만에 져 세 팀이 1승2패로 동률을 이루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대만 타이중에서 겪었던 2013년 WBC 1라운드 탈락의 악몽이 재연될 판이다. 당시 한국은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대5로 지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4년 전에는 ‘타이중의 참사’로 불릴 만한 충격적인 탈락이었지만 올해는 국내프로야구의 현주소가 드러난 꼴이 됐다. 약체로 평가되던 4년 전의 네덜란드와 지금의 네덜란드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4년 사이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해진 네덜란드는 우승후보로까지 꼽힌다. 마이너리거 위주의 이스라엘에도 무릎을 꿇은 한국은 객관적 전력에서 뒤지는 네덜란드를 맞아 힘 한 번 못 써보고 영봉패 했다. 이쯤 되자 병역 관련 얘기도 흘러나온다. WBC 성적에 따른 병역특례 혜택이 2006년을 끝으로 폐지되면서 선수들이 동기부여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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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계약선수(FA) 총액 기준 몸값 84억원의 3번 타자 김태균과 150억원의 4번 이대호는 이날도 헛방망이를 돌렸다. 김태균은 4타수 무안타에 병살타 1개, 이대호는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2경기 합계 김태균은 7타수 무안타, 이대호는 9타수 1안타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몸값 100억원의 최형우는 타격 부진으로 이날 9회 2사 후에야 대타로 한 번 타석에 들어서 내야안타로 겨우 출루했다.

우리나라에서 뛰었던 릭 밴덴헐크에 4이닝 3안타 무득점으로 묶인 한국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되던 네덜란드 불펜에도 5이닝 3안타 무득점으로 꼼짝 못했다. 전력분석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볼넷을 9개나 남발했던 투수진은 이날은 큰 것을 잇따라 허용하며 추격 의지를 스스로 꺾고 말았다. 선발 우규민이 1회부터 유릭슨 프로파르에게 투런 홈런을 내줬고 구원투수 원종현은 6회 2사 1루에서 9번 타자에게 역시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이 한 방으로 사실상 승부는 결정됐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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