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계 여성의 날]"학교 생리조퇴? 검사부터 받아라"

교실 내 학생 인권침해 실태

생리공결 남녀공학 5.3%에 그쳐

바지교복 선택권도 교칙 이유로 무시

"엉덩이 처졌다" 교사들 막말도 여전

0515A29 세계여성의날


“생리통 때문에 몸이 안 좋아 생리조퇴를 하고 싶어요.”(A고 여학생)

“그러면 생리대를 교체한 후 보건교사에게 검사를 받아라.”(A고 가정교사)


서울시교육청이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앞두고 7일 학생인권교육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일부 학교에서 여학생 인권침해와 성차별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생리통 때문에 조퇴나 결석을 하면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생리공결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었다. 특히 A고처럼 생리공결을 신청한 여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 2006년 초·중·고교에 도입된 생리공결제도는 여학생이 월경으로 결석이나 조퇴를 할 때 학교장 확인을 거쳐 월 1회에 한해 출석으로 인정하도록 한 제도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 초·중·고교에서 생리통으로 결석·조퇴한 학생은 남녀공학 5.3%, 여학교 14.7%에 그쳤다. 생리공결제도 자체를 모르는 학생도 많았다. 한국YMCA가 지난해 중·고교생 1,05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생리공결제도를 모른다”고 답한 학생이 65.2%에 달했다.

관련기사



여학생의 바지교복 선택권도 교칙 등을 이유로 무시되고 있다. 실제로 치마를 입기 싫어했던 B양은 새로 입학한 중학교가 바지교복 선택권을 주지 않자 대안학교를 가겠다고 주장해 부모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학교는 학교의 평판을 위해 여학생은 아무리 추워도 치마만 입어야 한다는 교칙을 들어 바지를 입지 못하게 했다.

교육부는 2000년 여학생의 바지교복 선택권을 도입하도록 권장했고 2003년에는 여성부가 시정 권고까지 했지만 지켜지지 않는 학교가 상당했던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치마와 바지 선택권 조항이 있는 학교는 중학교 73%, 고등학교 59%에 그쳤다.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특수목적고나 종교재단 산하 학교 등에서 평판이나 전통을 이유로 교칙을 개정하지 않는 학교들이 아직도 꽤 있다”며 “학부모나 학생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 교칙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활발한 참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학생에 대한 교사들의 성차별적 발언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인권교육센터에 접수된 사례만 봐도 “엉덩이가 처지고 불쌍하게 생겼다” “여자는 꾸며야 한다” “싸 보인다” “내가 젊었으면 사귀었을 텐데” 등 교사의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사례가 많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여학생 인권 및 성차별 해소를 위해 이날 서울시내 모든 학교에 △생리공결제도 사용 권리 존중 △여학생의 바지교복 선택권 보장 △성차별적인 용의복장 제한규정 개선 △성차별 고정관념에 따른 분리 및 구분 지양 △교사의 성차별적 언어 방지 △성별을 고려한 학교시설 조성 등을 담은 안내분을 발송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김민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