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우려가 현실로...높아지는 中 비관세장벽

TBT·SPS 등 자국법 명목, 세무조사·영업정지 잇따라

中 협정 위반않고 우회제재 WTO 제소도 녹록지 않아

관광업 등 교묘하게 보복하는데...韓은 아마추어 대응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부터 우려됐던 비관세 무역장벽을 이용한 중국의 무역 제재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이 무역기술장벽(TBT)과 위생검역기준(SPS) 이용을 넘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에는 국내법을 내세워 세무조사와 영업정지 등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나 FTA 협정을 교묘히 우회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을 규제하는 방식도 동원하고 있다.

7일 비관세장벽포털에 따르면 중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은 26개로 전 세계 비관세 장벽(48개)의 절반을 넘는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중소 규모 화장품 업체들의 통관 거부를 시작으로 최근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화장품에 식중독균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통관을 거부했다. 지난 4일에도 한국산 식품 2.2톤이 통관 벽을 넘지 못했고 단둥 롯데마트는 소방법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6일 기준 21개 여행사에 예약했던 중국인 관광객 11만1,000명이 돌연 이를 취소했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생행정허가 절차나 안전기준 등 정보가 부족하고 최근에는 통관절차마저 무척 까다로워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한중 FTA 체결 때부터 거론돼온 부분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중 FTA 협상 때 문제가 됐던 비관세 장벽 문제가 사드 사태로 다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날 “WTO와 한중 FTA 규범에 대해서는 국제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WTO나 한중 FTA에 위반되는 사항 자체가 없다”며 “아주 정치적으로 기안된 조치”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를 놓고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중국의 비관세장벽이 교묘해졌다는 것이다. 자칫 국가 간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뽑아든 정부에 “아마추어적 대응이 문제”라는 쓴소리를 던지는 이도 있다. 이미 알려진 리스크였던 중국의 비관세장벽 문제를 풀 수 있는 장치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마련해뒀어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의 보복조치는 모두 WTO 규정 등 국제법의 칼날에서 비켜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롯데마트의 영업정지다. 중국 당국이 롯데마트 23곳에 영업정지를 내린 근거는 소방법 위반이다. 관광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전세기 운항 금지의 경우 WTO나 FTA의 양허 사항이 아닌 만큼 분란의 소지가 없다. 관광객 제한도 내국인의 출국금지 사항인 만큼 주권 행사에 해당하는데다 여행 서비스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 만큼 WTO에 제소해도 승산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 위생검역은 WTO나 FTA에서도 인정된 비관세장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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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관광 서비스업에서 중국이 취하는 조치는 시장접근을 제한하거나 차별대우하는 게 아니라 양허한 거와는 관계가 없다”며 “그 섬세함 때문에 조목조목 분석해야 하는데 대충하고 고위층이 발표하는 아마추어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WTO 제소라는 극단적 방법보다는 한중 FTA에 마련된 ‘중계절차’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WTO 소송으로까지 간다고 하면 양국 간 경제관계가 마지막까지 가는 거라고 봐야 한다”며 “한중 FTA에 비관세장벽과 관련해 유일하게 분쟁해결 절차가 있는데 분쟁이 본격화하기 전에 양국 간 협의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이날 경제단체협의회에서 “중국 상공부와 계속 얘기하고 있지만 중국 관료들도 해법은 정부 몫이 아니라 위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가 안보 문제인 만큼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통상 분야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은 “WTO나 FTA는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협정 이행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안보 문제는 안보 협의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중국의 비관세장벽이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해 대처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 조사하고 제소하거나 반덤핑관세 등을 매길 수 있는 무역위원회가 산업부 밑에 들어가 있는데 권한이나 전문성 부분에서 보강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김영필·조민규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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