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 대다수는 아니지만 일부기업은 분명 인더스트리4.0이 무엇이며, 4차 산업혁명이 어디로 가는지 감 잡았다고 보인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를 몇 가지만 공유한다.
당장 TV를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고 TV에 자막이 뜬다. 어떤 곳에는 근처만 가면 이런 저런 정보가 스마트폰으로 전달되어 온다. 휴대폰의 내용을 TV로 보고, 동영상을 찍어 곧바로 부모님이 보시는 TV화면에 보내는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사물들이 ‘디지털화’되어 있고 ‘연결’이 되고 있으며 ‘지능화’한다는 뜻이다. 또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세계 어디든 통역이 가능하다. 통역의 수준 또한 어느 정도 전문가보다 낫다. 완벽하게 의사소통을 돕는다. 테슬라의 예언이 들어맞고 있다. 주머니 속에 인공지능을 넣고 다닌다는 예언 말이다.
사람들은 늘 그렇듯이 이 엄청난 변화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는 있지만, 이런 변화 뒤에 감춰진 기업들의 피와 땀을 보지 못한다. 기업들은 지금 그들이 해야 한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름의 절차를 통해 움직이고 있다. 생활 현장 뿐 아니라 기업현장, 더 나아가 제조현장에서 이를 발견하게 된다. 한마디로 국내에 있는 대기업들은 그래도 대부분 인더스트리4.0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실 이게 쉽지는 않다. 어렵게 구축한 기득권을 버려야 하고, 아직 잘하는 것 같은 것을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을 것이다. 코닥이 망하고 브리태니커 사전이 문닫은 이유를 다시 되새길 필요도 없다. 운동과 먹는 것 조절이 성공하는 다이어트라는 것을 알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은 몇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 인더스트리4.0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활동이나 열기, 그리고 관심도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나쁜 수준이 아니다. 아니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소식을 매일 점검하는 필자의 눈으로 보면 분명 그러하다. 더 잘하면 좋겠다는 것은 모두 같은 마음이겠지만 사실 한국의 기업들이 나름대로 전방위적으로 구슬땀 흘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무언가 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금융회사 미래에셋은 M&A을 많이 해서 4차산업혁명에 쓸만한 기업을 많이 잡아오겠다는 팔을 걷어 붙였다. 좋은 일이다.
3월이 되니 벌써부터 4차산업혁명에 관한 행사가 10여개가 넘는다. 논의되는 내용이 비슷하더라도 많이 만나서 논의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일부이지만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은 매일 우리사회와 기업들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 ‘외국 선발기업에 비해 너무 늦었다’고 또 ‘너무 걱정된다’고 싸잡아 비난하고, 다그치고, 야단도 친다. 심하게는 ‘어떤 회사 곧 망한다’ 이렇게 주장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런 분들일수록 기업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 없어 보인다. 부분적으로 들은 정보 몇 가지를 가지고 침소봉대한다. 기업이 단지 몇 사람 모여서 무엇을 하자고 결의하면 되는 것이 아닌데, 또 그렇게 하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지금 당장 목격하면서도 기업 비평을 일삼는다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그래서 기업 혁신활동에 대해서 논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절차와 프로세스가 있다. 사장이라고 맘대로 하는 게 아니다. 오너라고 맘대로 하다간 교도소 가는 세상 아닌가? 그러니 속도가 더디게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기업이 가는 방향을 선의로 격려하고 조언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성심껏 도와야 한다. 어찌되었든 기업들은 이미 인더스트리4.0으로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옮겨가는 기업도 보인다.
한석희(한국인더스트리4.0 협회 사무총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