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꽃삼월 제주 온평포구] 조용한 바다, 포근한 마을...평온한 나를 되돌아 보다

삼신인·벽랑국 3공주 결혼한 '혼인지' 등

탐라개국 설화 서려있는 작은 어촌마을

해안엔 생선기름으로 불을 밝힌 '도대'

300여리에 달했다던 '환해장성' 남아

등대 옆 바다선 따뜻한 용천수 흘러나와

역사문화·자연 속에서 싱그러운 봄 만끽

온평포구의 여명. 지금은 작은 포구지만 한때는 제주·성산·서귀포 등과 더불어 제주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포구였다.온평포구의 여명. 지금은 작은 포구지만 한때는 제주·성산·서귀포 등과 더불어 제주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포구였다.


제주의 바람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번 바람은 정말 강했다. 태풍이 불어오는 것도 아닌데 제주의 부속 섬으로 가는 모든 배편이 결항됐다.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지만 공항을 나서자 몸이 휘청거렸다. 늦은 비행기 편으로 도착한 터라 온평리 포구로 향하는 길에 천지가 어두워졌다. 해가 떨어져 도착한 포구는 인적이 끊겼고 적막했다. 처지가 딱했는지 개 한 마리가 꼬리를 치며 나를 따라왔다. 식사를 하면서 식당의 주인에게 어촌계장과 이장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연락했더니 모두 “신공항 반대 대책회의를 하느라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놓치면 후회할 꽃 삼월의 제주’ 중 한 곳으로 꼽힌 조용한 온평포구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온평포구의 여명. 지금은 작은 포구지만 한 때는 제주·성산·서귀포 등과 더불어 제주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포구였다.온평포구의 여명. 지금은 작은 포구지만 한 때는 제주·성산·서귀포 등과 더불어 제주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포구였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 잠을 청했지만 거센 바람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한참을 뒤척이다 일어나 불을 켜고 온평리에서 취재할 곳을 꼽아봤더니 마을 주민들의 생명수였던 용천수·말발자국·환해장성·거북바위 등이 있었다. 식전 댓바람부터 밖으로 나가 포구의 새벽 기운을 카메라 안에 주워담기 시작했다. 바람은 여전히 잦아들지 않았고 기온은 영상임에도 체감온도가 낮아 손이 시려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이름과 달리 쌀쌀하게 느껴지는 온평리의 옛 이름은 ‘열운이’로 ‘연 곳’ ‘맺은(결혼한)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불린 이유는 탐라개국 신화의 고씨·양씨·부씨 삼신인과 벽랑국 세 공주가 결혼한 ‘혼인지’가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황노알이라고 불리는 곳에 있는 말 발자국은 삼신인과 결혼한 세 공주가 도착했던 흔적이라는 전설이 서려 있다. 이런 설화 때문에 이곳에서는 10월 마지막 주말이 되면 혼인지축제가 열린다.


하늘을 쳐다보니 바람이 다 쓸어가 버린 듯 구름 한 점 없다. 일출을 맞을 요량으로 포구 동쪽으로 200m쯤 더 가보니 뱃길을 나간 어부들이 생선 기름을 이용해 불을 밝히던 도대(전통 등대)가 우뚝 서 있다. 등대라고는 하지만 높이는 3m 안팎이고 생긴 모습은 영락없이 첨성대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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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서울로 돌아와 전화 연결이 된 온평리 전 이장 이승이 씨는 “온평포구는 현재의 해군기지에 해당하는 수전소였다”며 “지금도 전선머리라 불리고 있고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돛단배들이 물건을 싣고 들어오는 큰 포구로 제주·성산과 함께 제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고 말했다. 하긴 지금도 온평리는 480세대. 1,100명이 살고 있으니 작은 마을은 아닌 셈이다.

제주의 도대(전통 등대)는 생선 기름 등으로 불을 밝혀 뱃길을 안내했었다.제주의 도대(전통 등대)는 생선 기름 등으로 불을 밝혀 뱃길을 안내했었다.


등대 옆에는 바다에서 민물이 솟아나는 용천수가 있다. 이 물은 1시간당 5톤 이상 분출되는데 여름에는 발 담그기가 힘들 정도로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해 물놀이에 그만이다.

근처에 있는 환해장성도 빼놓을 수 없다. 환해장성은 고려부터 조선조까지 바다에서 침입해오는 적을 막기 위해 쌓은 것으로 새마을운동으로 훼손됐다가 30년 전 복원됐다. 성 하단부는 작은 돌로 쌓았고 상부는 큰 돌로 쌓았는데 이 같은 방식은 성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씨는 “성을 쌓을 때 아녀자들까지 동원됐는데 작은 돌이 들어간 하단부는 힘이 약한 여자들이 쌓았고 상단부는 힘을 쓰는 남정네들이 쌓았다”고 말했다. 1653년 제주목사 이원진(李元鎭)이 편찬한 ‘탐라지’에 따르면 “연해 환축(環築)하여 둘레가 300여리에 이른다. 고려 원종 때 삼별초가 진도에서 반란을 일으켜 왕은 시랑(侍郞) 고여림 등을 탐라에 파견해 병사 1,000으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 장성을 구축했다”고 기록돼 있다. 1998년 1월7일 제주도기념물 제49호로 지정됐다.

먼바다에서 제주를 넘보는 침략자들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환해장성. 새마을운동으로 훼손됐으나 최근 들어 다시 복원되고 있다.먼바다에서 제주를 넘보는 침략자들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환해장성. 새마을운동으로 훼손됐으나 최근 들어 다시 복원되고 있다.


온평포구는 제주관광공사가 ‘놓치면 후회할 꽃삼월의 제주’라는 주제로 축제·오름·트레킹·자연·쇼핑·포토스팟·음식 등을 모아 발표한 10선 중 한 곳이다. ★본지 3월2일자 29면 참조

자세한 정보는 제주관광정보 사이트(www.visitjeju.net)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관광은 장소 못지않게 시기도 중요한 만큼 사전에 사이트를 찾아 챙겨보고 떠나면 여러모로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글·사진(제주)=우현석객원기자

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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