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내우외환 내몰린 국내 1위 보톡스업체 메디톡스



국내 보톡스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메디톡스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후발주자인 대웅제약(069620)과 휴젤(145020)을 상대로 제기한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은 소모적인 논쟁만 양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야심차게 추진한 미국 시장 진출도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처음으로 선두자리를 내주는 등 진퇴양난의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지난해 국내 주요 보톡스 제조사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휴젤의 ‘보툴렉스’가 점유율 40%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은 전년도 40%에서 30%대로 점유율이 추락하며 2위로 밀려났다. 이어 엘러간의 ‘보톡스’와 대웅(003090)제약의 ‘나보타’가 각각 점유율 15%와 10%로 뒤를 이은 것으로 집계됐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메디톡스는 지난 2006년 국내 기업 최초로 보톡스를 개발하고 ‘국산 보톡스 시대’를 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보톡스 시장은 미국 엘러간의 원조인 보톡스가 주도하고 있었지만 메디톡스는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앞세워 단숨에 국내 1위에 올라섰다. 이후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보톡스 시장이 급성장하자 휴젤(2010년)과 대웅제약(2014)도 잇따라 시장에 가세했다.


국내 보톡스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메디톡스는 지난해 10월 대웅제약과 휴젤을 상대로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을 제기하며 제약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메디톡스는 양사가 자사의 보톡스 균주를 도용한 것 아니냐며 제품의 염기서열을 공개하라며 압박하고 있지만 대웅제약과 휴젤은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개발했고 정부의 승인까지 받은 제품의 염기서열을 공개하라는 것은 기업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지난달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나서 중재에 나섰지만 메디톡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휴젤은 메디톡스를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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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추진한 미국 시장 진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4년 엘러간과 손잡고 기존 보톡스 제품에 비해 가격이 4분의 1 수준인 신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보톡스 시장 4조원 중 2조원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까지 세웠다. 하지만 엘러간이 개발하는 메디톡스의 보톡스 신제품은 임상 2상까지만 마친 채 출시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엘러간은 작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메디톡스의 기술을 사들인 것이 독과점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반면 메디톡스보다 뒤늦게 미국 시장에 뛰어든 대웅제약은 이미 임상 3상을 마치고 올 상반기 중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미국 판매가 본격화하면 대웅제약은 내년 보톡스로만 전 세계에서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젤도 연내 미국 임상시험을 모두 마치고 내년부터 정식 시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휴젤을 상대로 보톡스균 출처 의혹을 제기한 배경을 놓고 미국 시장 진입을 가로막기 위한 견제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국산 보톡스 제품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균주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 상대적으로 국산 1호 제품인 메디톡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보톡스를 상용화한 업체 7개 중 3개가 한국기업일 정도로 국산 보톡스 제품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소모적인 논쟁과 대립보다는 맞손을 잡아야 할 때”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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