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주름 깊어지는 '보톡스의 명가' 메디톡스

휴젤에 국내 선두자리 내주고

후발주자 균주 의혹 제기했지만

대웅제약 등 "근거 없다" 일축

야심차게 추진한 미국 진출은

신제품 임상 답보, 성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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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톡스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메디톡스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후발주자인 대웅제약과 휴젤을 상대로 제기한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이 소모전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는 데다 야심 차게 추진한 미국 시장 진출도 답보 상태다. 설상가상 국내 시장에서도 처음으로 선두자리를 내주는 등 진퇴양난의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지난해 국내 주요 보톡스(보툴리눔톡신) 제조사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휴젤의 ‘보툴렉스’가 점유율 40%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부동의 1위’였던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은 1년 새 점유율이 40%에서 30%대로 추락하며 2위로 밀려났다. 엘러간의 ‘보톡스’와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각각 점유율 15%와 10%로 뒤를 이었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메디톡스는 지난 2006년 국내 기업 최초로 보톡스를 내놓으며 ‘국산 보톡스 시대’를 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보톡스 시장은 미국 엘러간이 원조인 ‘보톡스’가 주도했으나 메디톡스는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무기로 단숨에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 이후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보톡스 시장이 급성장하자 휴젤(2010년)과 대웅제약(2014년)도 잇따라 시장에 가세했다.

국내 보톡스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메디톡스는 지난해 10월 대웅제약과 휴젤을 상대로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을 제기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메디톡스는 양사가 자사의 보톡스 균주를 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제품의 염기서열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웅제약과 휴젤은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일축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개발했고 정부 승인까지 받은 제품의 염기서열을 공개하라는 것은 기업의 영업비밀을 내놓으라는 것과 같다는 논리였다. 지난달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나서 중재에 나섰지만 메디톡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휴젤은 메디톡스를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야심 차게 추진한 미국 시장 진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엘러간과 손잡고 가격이 기존 보톡스 제품 대비 4분의1 수준인 신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보톡스 시장 4조원 중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을 공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엘러간과 함께 개발에 나선 신제품은 임상 2상까지만 진행되며 출시 시기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은 엘러간이 메디톡스의 기술을 사들인 것이 독과점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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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메디톡스보다 뒤늦게 미국 시장에 뛰어든 대웅제약은 이미 임상 3상을 마치고 올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판매가 본궤도에 오르면 내년 보톡스 제품으로만 500억원 이상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젤도 연내 미국 임상시험을 마무리하고 내년 정식 시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휴젤을 상대로 보톡스균 출처 의혹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 미국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견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산 보톡스 제품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균주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 국산 1호 제품인 메디톡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보톡스를 상용화한 업체 7개 중 3개가 한국 기업일 정도로 국산 보톡스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토종 보톡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소모적인 논쟁과 대립보다는 서로 손을 맞잡고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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