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유전체 분석과 미래 정밀의학

정현용 마크로젠 대표





중국의 전설적 명의 편작에게는 두 명의 형이 있었다. 편작은 의술이 탁월하기로는 큰 형이 최고, 다음이 둘째 형, 자신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평가는 그 반대였다. 편작이 최고였다. 맏형은 환자가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표정과 음색만으로 닥쳐올 병을 알고 미리 치료했다. 둘째 형은 병이 나타나는 초기에 치료해 더 큰 병을 막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미리 치료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작은 병을 치료한 줄로만 알았다.

반면 편작은 병세가 위중해진 후에 병을 치료했다. 맥을 짚어보고 침을 놓고 독한 약을 쓰는 과정을 지켜본 환자들은 편작이 큰 병을 고친 것이라 믿었다. 심각한 병을 자주 고치다 보니 편작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소문난 것이다. 간과하기 쉬운 ‘예측과 예방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고사다.


예측과 예방의 중요성은 백신을 통해 쉽게 체감한다. 몇 만원 수준인 백신으로 특정 질병에 대한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우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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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생 지출하는 의료비의 절반을 죽기 전 한 달, 25%를 죽기 전 사흘 동안 쓴다는 통계도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사회복지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지금과 같은 질병 말기 중심의 치료에서 질병을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는 쪽으로 의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음식과 운동습관·환경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의학 도입이 시급하다.

정밀의학의 또 다른 특징은 개인별 맞춤치료다. 현재 대부분의 치료는 대증요법으로 진단한 후 1차 치료를 하고 증상에 따라 2차·3차 다른 방법을 찾아 치료한다. 이러면 완치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치료가 길어지면서 약효가 떨어진다. 의료비용 또한 크게 늘어난다. 이에 반해 유전체 정보에 근거한 맞춤치료제의 개발과 적용은 1차 치료만으로 완치할 확률이 높아지고 질병의 진행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 의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유전체 정보는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도 제시한다. ‘니콜라스 볼커’는 세계 최초로 유전체 분석을 통해 원인 모를 질병으로 인한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생후 2년이 되면서 음식만 먹으면 몸에 구멍이 생기는 원인 모를 질병으로 5년간 600일이 넘게 병원 생활을 했다. 150회가 넘는 수술도 받았다. 결국 유전체 분석을 통해 32억개 유전체 염기 중 단 하나의 변이로 인한 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밝혀냈다.

유전체 분석은 더 이상 유명인이나 부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빠른 시일 내에 유전체 분석의 혜택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

정현용 마크로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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